“전공이랑 하고 있는 일,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다 달라서 너무 고민이에요” “신학만 공부하다 세상으로 나가게 됐어요. 교회 밖에서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될까요?”
지금도 많은 기독 청년들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 청년사역 연합단체 ‘진로와소명미니스트리즈’(진로와소명)와 학원복음화협의회(상임대표 장근성 목사)는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충남 천안 백석대학교에서 기독 청년들의 진로와 소명을 찾아나가는 ‘미로(Me路)찾기’ 수련회를 열었다.
백석대에 모인 600여명의 청년들은 1일과 2일 양일간 준비된 선택강의를 찾아 목회자들뿐만 아니라 사회로 진출한 신앙인 선배들에게 각자 상황에 맞는 강의를 들었다. 한동헌 마이크임팩트 대표는 “소명에 응답한다는 것을 바로 당장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끊임없이 소명이 무엇인지 묻고 듣는 자세만 보여줘도 하나님께서는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술과 같은 가치관 문제로 직장에서 부딪힐 경우 누구보다 힘써 일하라”며 “당신이 인정받게 되면 신념을 존중받을 뿐만 아니라 후배들이 당신의 신념도 좇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국벤처기업협회 특별부회장 김정태 강사는 “사람마다 소명이 다르다고 해도 모든 이를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은 같다”며 “어떤 자리에서 일하든 내가 하는 일에 사람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반드시 최선을 다하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강의를 들었다는 이우진(26)씨는 “그동안 나의 진로에 대해 조급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 수련회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앞으로 나의 소명을 적극적으로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2일 저녁집회에는 정재륜 서울 온누리교회 부목사가 설교를 맡았다. 정 목사는 “크리스천들은 ‘술담배를 하지않는 사람’이라는 등 ‘뭔가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 유명하다”며 “‘믿음을 좇고 사랑을 좇는 사람’등 ‘뭔가를 하는 사람’이 돼라”고 전했다. 정 목사의 설교가 끝난 뒤에는 신상주 목사가 강단에 나서 집회를 인도했다. 4일째 수련회 장소를 지킨 청년들은 모두 손을 들고 기도한 뒤 하나님께 찬양을 드렸다.
진로와 소명을 고민하며 진지한 마음으로 수련회에 참석했던 청년들의 얼굴은 수련회 마지막 날인 3일 한층 밝아져있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수련회를 찾았다는 김한중(21)씨는 “목회자나 사역자같은 특별한 사람들만 소명을 가진 게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기본적인 것도 소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는 진소원(25·여)씨는 “수련회 전에는 소명이 있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그 소명을 향해 달려 나갈 동력이 부족했다”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는데 이번 수련회에서 ‘그리스도인은 실패한 길도 묵묵히 걸어나가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나니 힘들고 버거워도 앞으로 달려 나갈 힘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이번 수련회에 강연자로 참여한 소명교육개발원 대표 신동열(서울 질문하는 교회) 목사는 “많은 기독 청년들은 자신이 뭔가를 하려고 할 때 잃어버리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며 “더 가치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뭔가를 잃어버릴 수 있는데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이 정립이 안돼 망설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청년들이 이 시기에 자신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고민하게 된다”며 “다들 이른 시기에 가치관을 정리하고 달려나가려하는데 사실 청년들은 여유를 가지고 이 문제를 풀어가야한다”고 당부했다.
천안=글·사진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기독 청년들 “교회 밖에선 어떻게 살아야 될까?” 길을 찾다
입력 2018-02-0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