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제장관회의가 1년9개월 만에 재개되는 등 사드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양국 경제협력이 해빙 모드에 들어섰다. 미국의 대(對)한국 통상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이라 상대적으로 중국 경제의존도가 심화될 기미도 엿보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경제장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한·중 관계가 어려웠으나 이번 회의를 계기로 협력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김 부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 문제와 롯데마트, 한한령으로 중단된 단체관광 재개 등과 관련한 원활한 해결을 중국 측 대표로 나온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에게 요청했다. 또 양국은 중국의 옌타이, 옌청, 후이저우와 한국의 새만금을 한·중 산업협력단지로 개발해 상호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중국과의 관계복원은 지난해 6월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에서부터 감지됐다. 김 부총리와 샤오제(肖捷) 중국 재정부장 간 만남이 11개월 만에 성사됐었다. 실제 4일 관세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6월 약 107억 달러였던 대중 수출액은 12월 138억 달러까지 늘었다. 두 번째 수출국인 미국이 한국 세탁기와 태양광전지 제품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등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대외무역 의존도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 수출의 증가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이날 내놓은 1분기 수출전망 보고서를 보면 수출선행지수는 1분기 119.5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8% 상승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은은 1분기 수출 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2%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경기가 호황이고 반도체 단가가 전년 동기 대비 50% 상승했으며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통상압력 강화와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원화 강세)은 수출 증가폭을 줄일 수 있는 변수다.
세종=정현수 기자, 우성규 기자
미국 통상압박 가중, 한·중은 해빙 무드… 對中 교역의존도 심해질 듯
입력 2018-02-04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