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장관 “성범죄 조치 미흡, 송구”… 그래도 커지는 논란

입력 2018-02-02 18:25 수정 2018-02-02 23:04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 장관은 서지현 검사의 면담 요청을 기억하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윤성호 기자

공식 사과…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 발족

위원장에 권인숙 원장 위촉
검찰조사단, 본격 수사 착수
서지현 검사 폭로 자료 외에
다른 의혹도 재검토할 방침
인권위, 처음 직권조사 결정
서울북부지검 임은정 검사
“조희진 조사단장 자격 없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성추행 피해 보고와 면담 요청을 묵살했다는 논란에 대해 2일 공식 사과했다. 법무부는 검찰 조사단과 별도로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를 발족,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을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검찰의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서 검사가 문제 제기한 감찰·사무감사 등 관련 자료를 검토하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단은 2015년 재경지검 검사의 후배 여검사 성추행 의혹 사건도 재조사하는 등 과거 피해 사례도 원점부터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문제를 알게 된 후 취한 법무부 차원의 조치가 국민이 보시기에 매우 미흡했을 것”이라면서 “이메일 확인상 착오 등으로 혼선을 드린 데 대해 대단히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서 검사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 폄하 등은 있을 수 없으며 그와 관련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 검사는 지난해 8월 박 장관에게 이메일로 피해사실을 전달, 면담을 요청했고 이후 법무부 검찰과장과 면담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무부는 처음엔 서 검사 이메일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번복해 논란을 키웠다. 서 검사 측은 이에 박 장관과 주고받은 이메일 사본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어 사법연수원 동기인 조순열 변호사 등 10명 안팎이 참여하는 변호인단을 꾸렸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법무부가 피해자 음해발언 엄중 대처 지시를 내렸다. 피해자 코스프레 운운하는 글을 공개 게시한 검찰 간부에 대해서도 엄정한 조치가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 차원의 진상조사단과 별도의 대책위를 발족, 법무부와 법무부 산하 기관의 성범죄 실태를 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위원장을 맡은 권 원장은 1986년 발생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로 성폭력 사건 관련 다양한 연구·활동을 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날 상임위원회를 열고 검찰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직권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인권위가 검찰 전체를 직권조사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인권위는 “1일 서 검사가 대리인을 통해 2010년 사건과 2차 피해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단은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조사단은 서 검사 사건과 관련해서는 자료 검토를 빠르게 진행하고 다음 주부터 관련자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외 추가 의혹은 제보를 바탕으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조직 내에서 이미 처리된 사건도 진행 과정 등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들여다볼 방침이다. 대검찰청도 과거 조직 내에서 제기됐던 성추행 의혹 관련 자료를 모두 넘기기로 했다. 조사단은 이미 2015년 재경지검에서 선배 남성 검사가 후배 여성 검사를 성추행한 의혹 사건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서울북부지검 임은정 부부장검사가 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에게 단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임 검사는 박 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에게도 같은 이메일을 보내 “조 단장은 과거 검찰 내부의 성폭력 사건을 무마시키려 했다. 조사단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민영 이택현 기자mymi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