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패닉… 투매 사태
인도 정부도 규제 가세
페북·웨이보 “광고 차단”
美 시세조작 의혹 불거져
하루새 20%나 빠져
역 김치 프리미엄까지
투자자 “손발 다 들었다”
암호화폐(가상화폐)의 ‘검은 금요일’이 연출됐다. 각국이 앞 다퉈 규제에 나서는 등 악재가 속출하자 빠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8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하루 종일 ‘패닉 셀’(공포·불안감에 따른 투매)에 빠져들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2일 오후 9시30분 비트코인은 783만원에 거래됐다. 전날 같은 때보다 약 20%나 빠진 금액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700만원 수준으로 내려오기는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6일 최고 가격(2598만800원)과 비교하면 약 한 달 만에 70%나 떨어졌다.
폭락세는 오전 9시부터 시작됐다. 해외 비트코인 가격이 9000달러를 밑돌자 국내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섰다. 한 시간 만에 114만원이나 빠졌다. 이후 반등하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급락세를 이어갔다. 리플,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도 큰 하락폭을 보였다. 비트코인의 국외 시세가 국내 시세보다 더 높은 ‘역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펼쳐지기도 했다.
가상화폐 가격 폭락 이면에는 각국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 정부는 가상화폐 매각에 따른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양도소득세 적용이 가능하냐는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 질의에 “그 문제를 지금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지난달 30일부터 거래 실명제가 시행되면서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이 제한된 것도 가상화폐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미국에 이어 인도 정부도 가상화폐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아룬 제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1일 “가상화폐를 법정 통화로 볼 수 없으며 결제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중국의 웨이보 등 주요 SNS와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가 가상화폐 광고를 막겠다고 밝힌 것도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여기에 세계 5위권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피넥스’가 시세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비트피넥스는 지난해 말부터 가상화폐 업체와 공모해 ‘테더 코인’ 가격을 부풀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지난달 테더 코인을 만든 업체와 비트피넥스에 소환장을 발부하고 조사에 들어갔다.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는 ‘패닉 셀을 했다’는 글로 가득 찼다. 한 투자자는 “무조건 버티려고 했는데 오늘이 최악이다.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했다. 투자자 장정우(25)씨는 “하루아침에 300만원을 날렸다. 그나마 최근 한 달간 하락장이어서 자금을 슬슬 빼고 있었기에 다행”이라고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비트코인 ‘검은 금요일’… 한때 780만원대로 와르르
입력 2018-02-02 18:43 수정 2018-02-02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