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확산되는 ‘미투’… 2차 피해 방지가 더 중요하다

입력 2018-02-02 18:17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정치권과 기업,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들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 운동이 전 세계로 퍼질 때도 우리나라는 잠잠했다. 남성 위주의 권위적인 마초문화가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영향이 크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을 더욱 침묵하게 만든 것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다. 성폭력 사실을 폭로했다가 오히려 품행이 방정하지 않다거나 업무능력 부적격자로 낙인찍히고 심지어 무고죄로 역고소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서 검사의 폭로 이후 검찰 내부에서도 서 검사에 대한 비난 글이 검찰 내부 통신망과 SNS에 돌고 있다니 유감스럽다. 오죽했으면 서 검사가 “피해자 업무능력에 대한 부정적 소문 확산, 검찰의 적극적 조치를 요청한다”는 입장문을 냈겠는가. 성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놔둔 채 피해자를 음해하고 모독하는 것은 피해자를 두 번 짓밟는 행위다. 이런 모순이 성희롱·성추행에 관대한 사회를 만들었다. 13년 전 변호사 취업 과정에서 검사장 출신의 로펌 대표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오랜 시간 망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주목해 달라”며 “다른 곳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일 “서 검사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 폄하 등은 있을 수 없으며 그와 관련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조치다. 박 장관은 지난해 9월 서 검사로부터 직접 성추행 및 인사 불이익에 대한 진상조사 요구를 받은 뒤에도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 한국판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폭력이 발붙이지 못하는 성숙한 사회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각 조직 내 성폭력 피해 고발자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