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선수단, 식당선 “무슨 젓갈이야요?”… 강릉 야경엔 ‘깜짝’

입력 2018-02-02 17:51 수정 2018-02-02 23:09
북한 선수단이 숙소로 사용하는 강원도 강릉올림픽선수촌 건물 외벽에 2일 북한 인공기가 걸려 있다. 뉴시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 출전하는 북한 염대옥(아래)-김주식 조가 2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첫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뉴시스
北 선수단 남녘 첫 날

숙소 외벽 대형 인공기 걸어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피겨 김주식-염대옥 첫 훈련
리프트 등 각종 동작 점검

쇼트트랙 최은성 훈련 중 부상
병원 이송… 출전 무산 가능성

2일 오전 강릉선수촌 숙소 건물인 804동 외벽에 15층부터 17층까지 3개 층에 걸쳐 대형 인공기가 내걸렸다. 전날 양양공항으로 입국한 뒤 임시 출입증을 발급받고 들어온 북한 선수단이 입주한 건물이다. 804동의 인공기는 인근 숙소 외벽에 걸린 체코나 이탈리아 국기에 비해 훨씬 큰 크기였다.

북한 선수단은 방마다 3∼4명이 배정돼 대한민국에서의 첫 밤을 지냈다. 전날 남성은 검은색, 여성은 자주색 정복 차림이었던 것과 달리 이날은 트레이닝복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흰색과 붉은색이 섞인 트레이닝복 차림의 선수 및 임원진이 선수촌 내에서 눈에 띄었다. 왼쪽 가슴엔 인공기가, 등에는 북한의 영문 표기명인 ‘DPR Korea’가 새겨져 있었다.

전날 밝은 표정과 손인사 답례로 화제가 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염대옥(19)은 이날 오전 9시쯤 강릉아이스아레나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트너 김주식(26)과 함께 표정 연기와 각종 동작을 연습했다.

둘은 점프 연기는 제대로 시도하지 않았다. 대신 리프트(한 선수가 다른 선수를 높이 들어 올린 뒤 자세를 유지하는 것)나 데스 스파이럴(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의 한 손만 잡고 빙판과 수평으로 원을 그리며 도는 것)을 수차례 점검했다. 염대옥은 가끔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고, 지도자들이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하지만 오후에 쇼트트랙 대표팀 최은성이 연습 도중 부상을 당하면서 북 선수단을 긴장케 했다. 최은성은 첫 공식훈련 중 코너를 돌다 미끄러져 펜스와 충돌했다. 이후 긴급히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최은성이 오른쪽 발목을 다쳤는데 골절은 아니고 피부가 찢어져 상처 부위를 꿰맨 뒤 퇴원했다”고 밝혔다. 다만 몸 상태에 따라 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북한 선수들은 뷔페식으로 마련된 선수촌 식당에서 배식을 돕는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이것은 무슨 젓갈이냐”는 식으로 이름을 묻기도 했다 한다. 컨베이어토스터(식빵을 굽는 기계)에도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법을 설명 받은 뒤 많은 선수들이 활용했다는 후문이다.

한 북한 선수단 관계자는 입촌 과정에서 술을 반입하려다 제지를 당하고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보안검색을 하는 과정에서 웃옷을 벗은 선수들의 왼쪽 가슴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휘장(배지)이 달려 있었다. 정부합동지원단은 이에 대해 “(그들은 초상이라 부르니) ‘배지’라 부르지 말고, (달라고) 요구하지 말라”는 공문을 조직위에 발송했다.

북한 선수단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국내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염대옥과 김주식은 이날 훈련 이후 취재진을 피해 빠져나갔다. 전날 입국할 때에도 북한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하지만 강릉선수촌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서는 야경을 구경하며 재잘거리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건물도 많다” “깜짝 놀랐다”는 식의 대화가 많았다고 전해졌다.

강릉=이경원 이상헌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