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성추행 사건 알고도 미온적 대처 논란

입력 2018-02-01 21:56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의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1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서 검사, 장관에게 이메일
피해 알리고 면담도 요청
장관은 이메일도 기억 못해
檢 성추행사건 조사단 발족

경기도의회 이효경 의원
“나도 동료에게 당했다”


법무부가 지난해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로부터 성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받고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추행과 인사상 불이익 의혹까지 제기된 만큼 형사처벌이 가능한 사안인데도 법무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 검사는 지난해 8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이메일로 피해사실을 전달하며 면담을 요청했다. 박 장관은 직접 답신을 보내 법무부 담당자와 면담을 갖게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1일 “박 장관 지시로 서 검사와 법무부 담당자 간 면담이 이뤄졌다. 당시 서 검사는 전직 검찰 간부의 성추행 비위 이후 인사 관련 불이익을 호소했다”며 “소속 검찰청에 서 검사에 대한 지도 및 배려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성추행 관련자의 퇴직, 고소 기간 등 법률상 제한으로 제재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이날 오전만 해도 이메일 수신 사실 자체를 부인하다 오후 들어 번복했다. 박 장관이 이메일을 주고받은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장관으로서 조직 내 성추행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의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단장을 맡은 조희진(56)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검찰의 ‘셀프조사’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민간인 전문가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조사 방향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조사단 부단장은 박현주(47)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장이 맡았다. 박 과장은 2016년 6월 대검찰청에서 성폭력 분야 1급 공인전문검사 인증(블랙벨트)을 받았다.

서 검사의 폭로 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의회 이효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페이스북에 ‘#MeToo’ 해시태그와 함께 성희롱 피해 사실을 털어놨다. 이 의원은 “6년 전 상임위 연찬회에서 회식 후 의원들과 노래방에 갔는데 한 동료 의원이 춤추며 내 앞에 오더니 바지를 확 벗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국민일보와 전화통화에서 “당시 도의원 127명 중 여성 의원은 10여명밖에 없었다”며 “문제 제기를 하면 ‘노래방에서 그럴 수도 있지. 여성 의원이 유별나게 군다’고 찍혀 의정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 같아 속으로만 삭였다”고 말했다. 이어 “늦었지만 이제라도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행동에 동참하고 싶어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글=황인호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