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책 두고 이상신호
강경 연두교서 단적인 예
주한 대사 철회 초유의 일
對韓 시그널 심상치 않아
한·미 관계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교수의 낙마와 대북 최대 압박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얼굴)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단적인 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이 가장 경계하는 대북 군사 옵션을 여전히 실현 가능한 카드로 쥐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는 차 교수가 백악관 내 강경파가 주도하는 ‘코피 전략’(제한적 선제타격)에 반대하다 물러났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대북 제재로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가 보다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한국 정부의 동의 없는 군사 옵션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리는 1일 “차 교수 낙마가 의미하는 것은 미 행정부 안에서 대북 강경파가 주도권을 잡고 있고, 그만큼 대북 군사 옵션 가능성이 커졌다는 사실”이라며 “그동안 설마 했던 것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향후 대북 정책을 놓고 한·미 간 간극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어느 때보다 한·미 간 소통이 긴요한데 주한 미국대사가 1년 넘게 공석이라는 점도 이상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부 고위직 인선이 과거 정부에 비해 더디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동북아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홀대론이 불거질 만하다.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대사는 지난해 6월, 윌리엄 해거티 주일 대사는 지난해 8월 부임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측은 우리 측에 주한 대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이전 부임할 수 있도록 하고자 했으나 그렇게 되지 않은 데 대해 양해를 구해 왔다”며 “아울러 한국 측과 적절한 협의 이전에 보도된 데 대해서도 양해를 구해 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미동맹 가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동맹 역시 소홀히 다뤄질 수 있고, 이는 다각적인 통상 압박으로 예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북한의 한·미동맹 이간질 시도 질문에 “우리는 무역이라는 수단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국이 대북 제재 이탈 움직임을 보일 경우 교역 문제로 압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동맹’은 어디 가고… 트럼프, 韓홀대 왜?
입력 2018-02-02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