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왕십리역에 인접한 성동구청에 들어서면 깜짝 놀라게 된다. 민원안내실이 하나 있을 뿐 모든 벽과 기둥이 서가로 꾸며져 있다. 장서가 3만여권이다. 아동도서, 잡지 등도 모자람 없이 갖췄다.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소규모 공연도 가능하다. 구청 1층 일부를 북카페로 만드는 경우는 있지만 성동구는 1층 전체를 도서관으로 개조하고 ‘책마루 도서관’이란 이름도 붙였다.
지난 30일 만난 정원오(50·사진) 성동구청장은 도서관 효과에 대해 “대박”이라며 “구청은 주말에 보통 문을 걸어 닫는데 우리 구청에는 주말에도 500명 넘게 찾아온다”고 말했다. 성동구가 도서관을 만든 것은 ‘스페이스 공유’ 실험이다. 정 구청장은 “도시 공간 중에서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게 관공서 공간”이라며 “구청을 주말에도 오픈해서 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서관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성동구는 일 하는 방식이 남다르다. 근래 자주 거론되는 ‘성동구의 부상’은 강남과 가깝고 서울숲이 있고 교통이 편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입지와 환경의 이점을 살려내는 정교한 행정이 있었다.
정 구청장은 “2014년 12월 서울시 도시재생 시범사업 지역으로 확정됐을 때만 해도 성수동은 낙후된 지역이었다. 지금은 사람과 가게, 청년벤처들이 몰려드는 핫 플레이스가 됐다”면서 “도시재생을 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을 함께 쓴 것이 주효했다. 임대료 걱정을 안 해도 되니까 안심하고 많이들 들어온다”고 얘기했다.
성동구를 떠나는 이유가 됐던 교육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했다. 작년에 고등학교 2곳이 개교했고, 교육예산도 서울시 구청들 중 최고 수준으로 쓰고 있다. 지역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꼽혀온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 합의도 이끌어냈다. 2022년 삼표레미콘이 이전하면 이 자리는 서울숲과 연결되는 공원이 된다.
‘소셜밸리’는 성동구의 성장을 이끄는 또 하나의 엔진이다. 성동구에는 사회적기업, IT기업 등이 250여개 입주해 있다.
정 구청장은 “청년들에겐 창업 의지도 있고 아이디어도 있다. 그들에게 없는 건 자금이다”라며 “성동구는 지난해 사회적경제지원기금 13억원을 조성해 청년벤처들에 지원하고 있는데 이게 10배로만 늘어나도 훨씬 많은 청년들이 창업 쪽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신년 초대석] 정원오 성동구청장 “구청 1층 전체가 도서관… 공간 공유 실험 대박 났죠”
입력 2018-02-01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