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미성년자녀 논문 끼워넣기’ 실태 재조사 왜?
8월 확정 새 대입제도 맞물려
학생 신뢰회복 어렵다 판단
전문가 “전체 규모부터 파악”
조사 자체가 ‘경고 메시지’
교육부가 1일 교수들의 미성년 자녀 논문저자 끼워넣기 실태를 추가 조사키로 한 결정은 자율 조사에서 드러난 82건이 빙산의 일각이란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학 자체 조사와 교수들의 자진 신고에 의존했던 첫 조사는 허점투성이였다. 신고를 누락한 교수와 대학들이 여럿 확인됐다(국민일보 2018년 1월 30일자 1면 등 참조).
애초에 논문 끼워넣기는 대학이나 교수들로부터 자진 신고를 받아 마무리할 사안이 아니었다. 오는 8월 확정되는 새 대입제도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대입제도 개편안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수능 절대평가를 들고 나온 이후 교육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 대입제도 개편안의 키워드를 ‘단순’과 ‘공정’이라고 제시했다. 교수 자녀란 이유만으로 학술지 논문에 이름을 올리고 이를 대입에 활용하는 반칙을 그대로 두고 대입 공정성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게 입시 전문가 등의 중론이었다.
특히 현행 입시는 평가자의 주관을 점수화하는 정성평가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대표적이다.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 주요 대학일수록 이런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정성평가는 수험생과 평가자 사이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데 논문 끼워넣기 같은 꼼수가 횡행하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
교육부가 발표한 추가 조사 방안에도 허점이 있다. 교육부는 교수가 자신의 자녀를 논문에 공저자로 등록한 사례로 조사대상을 한정했다. 이렇게 해서는 학부모와 학생 신뢰를 회복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교육부 출신으로 대학에서 강의하는 한 교수는 “교수끼리도 그렇지만 지인이나 유력자 자녀를 끼워넣는 행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교수가 고교로부터 돈을 받아 논문을 지도하고 이름을 넣어주는 경우도 안다. 자녀로만 한정해선 대입의 신뢰성을 회복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교육부 방안으로만 조사가 진행되면 오히려 이 같은 꼼수의 당사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주는 셈이 될 수 있다.
학계와 입시 전문가 등은 교육부가 일단 최근 10년이든 5년이든 기간을 설정해 미성년 공저자가 이름을 올린 논문의 전체 규모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바탕으로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미성년자가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따져야 한다. 방대한 작업인 만큼 조사기간을 설정하지 말고 대학 자체 조사와 교육부 직권 조사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
미성년자가 포함된 논문 리스트를 교육부가 조사한다는 것 자체로 교수사회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본다. 충청권의 한 대학교수는 “교수사회도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높은 위치에 있는 교수가 다른 교수에게 자녀나 지인의 자녀를 부탁했을 때(전수조사 자체만으로)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논문 자녀 끼워넣기 82건’ 빙산의 일각… 대입 공정성 흔들
입력 2018-02-0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