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다음세대 섬기는 천안 모퉁이돌교회 “어른들은 없어요, 성도 모두가 10∼20대”

입력 2018-02-02 00:03
다음세대로 구성된 천안 모퉁이돌교회(허용석 목사) 성도들이 지난 21일 예배를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모퉁이돌교회 제공
교회 목양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는 허용석 목사.
충남 천안 성황동 모퉁이돌교회(허용석 목사)는 작은 교회다. 매주 예배드리는 성도는 70명 선이다. 평범해 보이는 이 교회엔 특별한 ‘한 가지’가 있다. 담임목사 가족을 제외하고 성도 모두가 10대와 20대다. 다음세대가 점점 줄어드는 한국교회의 현실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지난 21일 모퉁이돌교회 주일예배 현장을 찾아가봤다.

예배 시간을 10분 앞둔 예배당은 시끌벅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예배를 제대로 드릴 수 있을까’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허용석(36) 목사가 등장했다. “이제 예배 시간이다”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금세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어 허 목사가 ‘네가 마음 있는 곳이 어디냐’는 주제로 설교를 시작했다. 어려운 신학 이야기보다는 초신자가 들어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초등학생이 설교 중 허 목사의 질문에 자신 있게 답변하기도 했다. 허 목사는 “아이들 삶 속의 이야기를 예수님의 말씀에 맞게 풀어주니 재미있게 받아들인다”면서 “그러다보면 떠들던 아이들도 진지해진다”고 귀띔했다.

다음세대가 모퉁이돌교회로 모이게 된 이유는 뭘까. 허 목사는 “세상 속에서 경험한 사역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그는 전도사 시절인 2011년부터 생계를 위해 지역 태권도 도장에서 사범으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전도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평소 가까웠던 제자에게 “교회가자”고 말했다. 그러자 제자는 “전도사님이 왜 사범을 하시냐”면서도 “함께 가겠다”고 흔쾌히 대답했다. 그날을 기점으로 평소 ‘체육관 교회를 세우고 싶다’는 꿈을 품었던 관장과 함께 제자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이후 2014년 모퉁이돌 교회를 개척했다. 현재 교회엔 20대 40여명과 10대 30여명이 모인다.

학생 성도들이 대부분인데, 재정 문제는 없을까. 허 목사 가족의 생계는 허 목사 부부가 각각 태권도 사범과 커피 아카데미 원장으로 일하며 책임지고 있다. 허 목사는 “교회에서 어른들에게 혼나고 상처받았던 아이들이 우리 교회에 ‘어른들이 없어서 왔다’고 한다”며 “어른들에게 상처받아 떠난 아이들을 다시 인도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어 “담배 냄새를 풍기거나 떠들어도 혼내지 않는다”며 “아기들이 부르는 노래는 잘 못해도 귀여운 것처럼 하나님도 아이들의 예배 태도가 부족해도 아름답게 보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안=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