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인터넷은 러시아의 극동지방과 압록강 너머 중국과 연결되는 두 가지 루트뿐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장 어렵고, 접속량도 소규모 기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인터넷 해킹 실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은둔 왕국’으로 불리는 북한이 어떻게 ‘글로벌 해킹 강자’가 됐을까.
AP통신은 1일(현지시간) “재능이 일천한 음악가가 그래미상을 받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북한의 뛰어난 해킹 능력을 분석해 보도했다.
북한은 굵직한 해킹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배후로 지목됐다. 소니픽처스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암살을 다룬 영화 ‘더 인터뷰’ 개봉을 앞둔 2014년 11월 해킹 공격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북한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단정지었다.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계좌에서 8100만 달러(약 900억원)를 훔친 해킹 사건, 지난해 5월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워너크라이’ 사이버 공격도 북한 소행으로 의심됐다. 최근 한국과 런던의 거래소를 해킹해 거액의 비트코인을 빼돌린 사건도 북한이 배후로 지목됐다. 북한은 한국의 현금자동인출기도 해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보스턴의 사이버보안회사 임원인 로스 루스티치는 “보안업계에선 북한 해커들의 실력에 감탄한다. 그들은 매우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어려서부터 수학과 과학, 기술 등에서 뛰어난 영재들을 찾아내 특정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집중교육을 시킨다. 대학은 김일성대와 김책공대가 해킹 교육을 맡고 있다. 이후 대부분 학생들은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전지도국(121국)에 배치된다. 121국에 근무하는 해커는 3000∼6000명에 달한다. 이 중 유능한 해커는 중국 선양 등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해킹 공작을 하게 된다. 북한은 중국 외에 인도 인도네시아 케냐 말레이시아 모잠비크 네팔 뉴질랜드 등에서 비즈니스를 위장해 해킹활동을 하고 있다.
북한은 독특한 해킹 도구를 개발해 이용하기 때문에 추적이 어렵고, 해킹 피해 국가가 보복하려 해도 북한은 해외 인터넷에 거의 접속하지 않아 이마저도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수학 영재 키워 해커 만드는 北… AP, 해커 강대국 된 비결 분석
입력 2018-02-02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