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가 바꾼 자동차경주 F1… ‘레이싱걸’ 없앤다

입력 2018-02-01 22:00

“오늘날 사회 규범과 안 맞아”
일자리 잃은 모델 “극단적 조치”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로 꼽히는 F-1(포뮬러 원)에서 ‘레이싱걸’이 사라진다. 최근 미투(Me too) 등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비판하는 페미니즘 운동이 일으킨 변화다.

BBC방송은 션 브래치 F-1 상무이사가 다음 달 25일 시작하는 F-1 시즌에 여성 모델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래치 이사는 “이 관습(레이싱걸 기용)이 F-1 브랜드 가치와 오늘날 사회규범에 맞지 않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최근 프로 스포츠계에서는 같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남성 위주 시각에서 여성 모델을 눈요깃거리로 스포츠 행사에 동원해온 게 성차별적이며 시대착오적이라는 이유다. 지난달 영국 프로다트협회가 이른바 선수 안내요원인 ‘워크온걸’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러나 당사자인 여성 모델들로부터는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항변이 나온다. BBC라디오에 출연한 한 레이싱걸은 “이 직업에 의지해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남녀 차별 논란 때문에 F-1이 이번 결정을 내렸다는 게 역겹다”고 비판했다. 다른 전직 레이싱걸은 “너무 성급하게 극단적인 조치가 내려져 슬프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