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수출 역대 최고 ‘쾌조’… 지뢰밭도 많아 안심 못해

입력 2018-02-02 05:03
22.2% 늘어나 492억 달러
15개월 연속 상승세 이어가
무역수지 72개월 흑자 행진

원·달러 환율 하락 ‘발등의 불’
통상 마찰·유가 상승도 걱정


새해 첫달 수출이 전년 대비 22.2% 상승한 492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1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고로, 올해 첫 성적표는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원·달러 환율 하락, 유가상승, 통상마찰 등 수출에 먹구름을 드리울 변수가 많아 안심하긴 이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월 수출이 492억1000만 달러, 수입은 454억8900만 달러로 37억2100만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이로써 수출과 수입은 15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무역수지도 72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지속했다.

지난해 수출 급증으로 올해는 수출 증가율이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13대 주력품목 중 9개 품목의 수출이 늘었다. 9개 품목 모두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고, 반도체(96억9000만 달러) 일반기계(44억5000만 달러) 석유화학(42억 달러) 컴퓨터(8억9000만 달러)는 역대 1월 최고 수출 기록을 경신했다.

지역별으로는 중국, 아세안, 인도로의 수출이 크게 늘었다. 중국 수출액은 133억9000만 달러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고, 아세안 수출액(83억2000만 달러)도 15개월 연속 상승했다. 중국과 신흥국으로의 수출이 늘어난 반면 대미(對美) 수출 비중은 줄었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월 12.3%에서 올해 1월은 10.5%로 낮아졌다.

산업부는 글로벌 경기 확장으로 당분간 수출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국의 수입 규제와 미·중 통상마찰, 통화긴축 기조, 환율 변동성 확대, 기저효과 약화 등은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지난해 3분기 이후 하락세로 전환한 원·달러 환율은 기업 입장에선 ‘발등의 불’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50조원 시대를 열었던 삼성전자의 경우 4분기 환율로 전 분기 대비 66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해 석유사업에서 환율 효과로 7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환율변동이 산업별 수출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총 수출은 0.51% 줄어든다고 밝혔다.

배럴당 70달러 고지를 넘어선 국제유가와 미국의 통상압박도 수출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원·달러 환율 인하, 미국의 통상 압박은 수출시장에서 일본 같은 국가와의 경쟁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