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하원 메모 공개할 방침
수사 공정성 문제 삼는 내용
FBI “부정확한 메모” 반발 성명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연방수사국(FBI)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백악관이 FBI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한 수사가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미 하원 정보위원회의 비밀메모를 곧 공개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메모는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 정보위원장 주도로 의회 차원에서 정부의 해외정보감시법(FISA) 남용 목록을 만들기 위해 작성됐다. 법무부와 FBI가 권한을 남용해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인사인 카터 페이지를 비밀리에 감시하도록 허용하는 영장을 받았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지난 29일 하원 정보위는 이 비밀메모를 공개하자는 결의안을 공화당 주도로 의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결의 5일 내로 메모 공개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그간 메모 공개 의사를 피력해 왔기에 조만간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FBI는 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의회가 만든 메모에 중요한 사실들이 누락돼 있다”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FBI는 또 감시 영장을 받을 때 FISA 의무와 법무부 및 FBI 전문가들이 감독하는 절차를 준수했고, FBI가 메모 내용의 진위를 검토할 시간도 불충분했다면서 공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FBI 상급기관인 법무부 역시 메모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 정보기관의 정보수집 방법 등 민감한 기밀사항을 공개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의회가 결의안을 통과시킨 지난달 29일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과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은 백악관을 찾아 존 켈리 비서실장에게 메모 공개를 막아 달라고 설득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때맞춰 CNN방송은 로젠스타인 차관이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갔다가 “당신은 내 팀이냐(on my team)”는 질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로젠스타인 차관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지휘감독권을 포기하면서 이를 물려받은 인물이다. 그가 임명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압박한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법무부 측에서 메모 공개에 대한 항의를 담아 언론에 흘렸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트럼프-FBI ‘러 스캔들 수사’ 정면 충돌
입력 2018-02-01 2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