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캣츠’의 숨은 매력
쌍둥이가 거울 바라보듯 동작 맞춘 춤 등
화려한 안무가 장기 흥행의 일등 공신
외국 배우가 서툰 한국어로 부른 ‘메모리’
다양한 소통 노력에 관객들 시원한 박
‘선지자 고양이’가 휴식시간에 관객 포옹
공연 중 관객과 댄스도 예상 못한 즐거움
한국 뮤지컬 최초로 지난해 누적 관객 200만명을 돌파한 ‘캣츠’가 전국 14개 도시 투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앙코르 내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05년 ‘오페라의 유령’ 첫 내한 공연에서 팬텀 역을 맡았던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이 참여한다. 1994년 세계 4대 뮤지컬(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캣츠) 중 최초로 국내에 상륙해 장기간 사랑받다 보니 무대 안팎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넘친다. 이런 캣츠를 들여다볼 수 있는 네 가지 열쇠는 ‘안무’ ‘피지오’(물리치료사) ‘소통’ ‘포옹’이다.
캣츠는 다른 뮤지컬보다 ‘안무’가 유독 중요한 작품이다. 고양이의 눈으로 본 세상을 표현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이처럼 유연한 신체 활동을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우들은 팔다리뿐 아니라 골반과 척추를 유연하게 활용하면서 춤을 춘다. 서커스에 가까운 격렬한 안무와 몸동작을 보는 재미가 있다. 고양이들의 군무부터 커플 댄스, 쌍둥이 고양이가 거울처럼 온몸을 맞추는 안무까지. 특히 이번에는 검비 고양이의 탭 댄스를 더욱 화려하고 길게 표현했다.
그러다 보니 무대 뒤 피지오의 역할이 여느 뮤지컬에서보다 막중하다. 다른 뮤지컬에도 피지오가 있다. 하지만 몸을 유독 많이 쓰는 이 작품의 특성상 피지오의 임무는 매우 중요하다. 피지오는 신체 관리뿐 아니라 심리 관리를 해주면서 고향을 떠나온 배우들의 컨디션 유지를 맡고 있다. 캣츠의 피지오는 침술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어 간단한 부상은 현장에서 바로 조치를 한다. 장기 투어 공연의 숨은 조력자인 셈이다.
새롭게 돌아온 캣츠를 보는 또 다른 키워드는 ‘소통’이다. 내한 공연이다 보니 배우들은 영어로 대사를 하고 스크린에 한국어 자막이 뜬다. 그러다 후반부에 아기 고양이가 대표곡 ‘메모리’를 한국어로 부르기 시작한다. ‘추억이여, 달빛을 바라보아요/ 아름다운 추억에 마음을 열어요/ 그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면/ 새로운 날 올 거야.’ 외국인 배우가 한국 관객과 소통을 위해 서툰 한국어로 한마디씩 부르는 메모리는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박수가 크게 터져 나오는 부분이기도 하다.
고양이가 된 배우들은 관객들과의 경계를 허물고 다가온다. 배우와 관객 사이의 넒은 통로가 생겨서 소통은 더욱 편해졌다. 지난해 1500석 규모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다가 올해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옮겨오면서 생긴 관객석 사이의 넓은 통로 4개가 오작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배우들은 진짜 고양이처럼 객석 사이의 통로로 내려와서 관객들의 손을 잡아주고 머리를 비벼대기도 한다. 고양이는 각자의 개성에 맞게 앙탈을 떨고 애교를 부린다.
지난해부터 한국 관객만을 위해 생긴 ‘포옹’ 이벤트도 있다. 선지자 고양이가 인터미션(중간 휴식시간) 때 아기 고양이를 안아주듯 관객들을 안아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인터미션 때는 무대 바로 앞에 관객들이 줄을 선다. 또 고양이들이 공연 중에 관객과 춤추기도 한다. 소통이 많은 만큼 공연마다 재밌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관사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관객이 춤을 배우만큼 잘 추는 경우도 있고 쑥스러워 피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전했다. 오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15만원.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키워드로 보는 뮤지컬 ‘캣츠’… 격렬한 안무와 활발한 소통
입력 2018-02-01 1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