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상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취임한 1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사태의 중심이 된 행정처 기획조정실의 규모를 축소하고 핵심 멤버를 모두 교체했다.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3차 조사를 본격 시작하기 위한 진용 개편의 성격이 짙다. 김 대법원장은 직접 법원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려 “현안과 관련해 신속한 조치의 필요성이 있어 이례적인 인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날 오전 9시30분 안 신임 처장의 취임식을 열었다. 안 처장은 취임사에서 “최근에 나온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는 저나 법원 가족 여러분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충격을 안겼다”며 “(이번 사태가) 현재 사법부가 처한 위기의 진앙(震央)이라는 뼈아픈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행정의 본분은 재판을 지원하는 데 있다”며 “사법행정은 제자리를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안 처장 취임식이 끝난 뒤 1시간여 만에 법관 인사를 발표했다. 예정에 없던 깜짝 인사였다. 대법원은 법관 사찰 문건을 작성한 부서로 지목된 기획조정실의 최영락 기획총괄심의관 등 소속 심의관 5명을 기존 근무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어 이한일 서울고법 판사를 행정처 기획총괄심의관에, 김용희 수원지법 평택지원 판사와 강지웅 대전지법 판사를 기획제1·2심의관에 각각 보임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후속 조치를 맡게 될 윤리감사관실도 개편했다. 지법 부장판사급이 맡던 윤리감사관 자리에는 김흥준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보임됐다. 기존 윤리감사관이었던 김현보 서울고법 판사와 박찬익 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은 퇴직했다. 이번에 행정처로 이동한 법관의 상당수는 전국법관대표회의와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소속이다.
김 대법원장은 “새로 보임된 법관들이 중심이 돼 행정처 개편방향을 설정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인사 대상이 된 기존 행정처 법관들은 현안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불필요한 오해로 해당 법관들의 명예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원포인트 인사’로 법원 내부는 술렁였다. 행정처를 나오게 된 법관들은 이달 중순 예정된 지법 부장판사급 법관 인사 전까지 갈 곳이 없어진다. 법원 일각에선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이 없다면서 이들을 갑작스레 내친 것 자체가 해당 법관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사법행정 환골탈태해야”… 블랙리스트 3차조사 시동
입력 2018-02-01 21:53 수정 2018-02-02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