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미국에서 잃어버린 성경이 태평양을 건너 주인을 찾아왔다.
최근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지난 28일 출근했더니 연구실 앞에 소포가 놓여있었습니다. 뜯어봤더니 작은 성경이더라고요. 왠지 낯익었습니다. 미국에서 유학할 때 아끼던 성경이었어요. 오래전 잃어버렸는데, 그 성경이 절 찾아오다니. 놀라웠습니다.”
차 교수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감동을 전했다. 그는 미국 시카고대 유학 시절인 1993년, 전도사로 사역하던 시카고 미드웨스트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주례는 김대균 담임목사. 김 목사는 차 교수에게 작은 판형의 영어성경을 선물했다.
그 성경은 박사 과정을 마칠 때까지 차 교수의 동반자였다.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읽고 또 읽었다. 특히 산상수훈이 담긴 마태복음 7∼9장을 닳도록 읽었다. 얼마나 많이 봤는지 표지가 갈라졌다. 찢긴 부분은 차 교수가 테이프를 붙였다.
아끼던 성경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교회를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하고 1997년 초 귀국했다. 이후 차 교수는 한일장신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그 성경은 까맣게 잊고 지냈다. 성경 주인을 찾아준 이는 미드웨스트교회 변문수 은퇴 장로였다. 2005년 교회 대청소 중 성경을 발견했는데, 주인을 찾을 때까지 다시 13년이 걸린 셈이다. 차 교수는 20년 만에 주인을 찾아온 성경에서 메시지를 건졌다. “성경 잘 읽고 말씀대로 열심히 살라는 의미 같아요. 말씀 묵상하는 삶을 살아야겠어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20년 전 잃어버린 성경, 태평양 건너 주인 품으로
입력 2018-02-02 00:00 수정 2018-02-02 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