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퇴임한 안충영 전 동반성장위원장 “중기 적합업종 법제화 공정성 보장돼야”

입력 2018-02-01 22:13
안충영 전 동반성장위원장이 퇴임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 동반성장위원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 전 위원장은 후임 위원장 선임이 늦어진 이유를 “대·중소기업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을 인물을 찾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법제화돼 동반성장위원회의 역할이 일부 줄더라도 대·중소기업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동반위원회의 중요성은 변함이 없습니다.”

31일 퇴임한 안충영(77) 전 동반위원장은 정권 교체기에 2년 임기를 훌쩍 넘긴 3년6개월 동안 동반위를 이끌며 역대 위원장 중 가장 장수했다. 안 전 위원장은 “대·중소기업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며 “임기 동안 양쪽에서 받던 심리적 압박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고,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안 전 위원장은 대·중소기업 간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기업 간 융복합이 중요해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기업 생태계가 하도급 거래로 얽힌 약육강식·제로섬 문화로 굳어졌다”며 “대·중소기업 간 갈등관계를 서로 협력하는 ‘윈윈 관계’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반위가 그동안 대·중소기업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 모은 대표적인 방법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다. 적합업종 제도는 대·중소기업이 협의해 대기업이 특정 품목과 관련된 사업 확장이나 시장 진입을 않겠다고 약속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동반위는 대·중소기업이 협약을 맺는 과정에서 양측을 중재해 왔다.

하지만 현재 정부와 국회는 대·중소기업의 협의 대신 법으로 특정 생계형 품목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신사협약’에 가까운 적합업종 제도는 법적 강제력이 없고 유효 기간도 최대 6년으로 한정돼 불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안 전 위원장은 법제화에 조건부로 찬성했다. 그동안 적합업종은 법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자율 합의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그는 “아직까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생계형 품목을 법으로 지정할지 결정되지 않았다”며 “반드시 법의 보호가 필요한 품목만 공정하게 추릴 수 있다면 법제화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회의적이다. 안 전 위원장은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한국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한다’는 식으로 문제제기를 하면 갈등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혁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안 전 위원장은 “그동안 중소기업이 혁신해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중소기업이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세계로 진출하기 좋아진 시기”라고 분석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사진= 최종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