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등 ‘올림픽 정신’ 실천 목적
‘재선 기반 다지기’ 이유도 있는 듯
토마스 바흐(사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 31일 IOC에 의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주관뉴스통신사로 선정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북 단일팀이 스위스와 벌이는 평창올림픽 첫 경기를 경기장에서 직접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북 단일팀과 스위스의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예선 첫 경기는 오는 10일 오후 9시10분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다. 바흐 위원장은 왜 바쁜 일정에도 이 경기를 챙겨 보려고 하는 걸까.
바흐 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스위스 로잔 IOC 본부에서 남북한의 올림픽 참가회의를 주재하며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적극 지원했다. 특히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을 설득해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에게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를 배정했다. 올림픽 첫 단일팀 ‘코리아’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바흐 위원장은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의 생일을 축하해 줬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단일팀 결성 후 처음에는 남북에서 약간의 회의론이 일었지만, 북한 선수들이 방남한 뒤 함께 훈련하면서 남북 선수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며칠 후엔 생일파티도 열었다. 누군가가 올림픽 정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이것이라고 답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바흐 위원장이 단일팀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바로 ‘올림픽 정신’ 때문이다. 최근 동계올림픽은 갈수록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재정난과 시민들의 반대 등으로 유치 도시를 구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또 시청률도 하락해 돈벌이도 잘 되지 않는다. 위기감을 느낀 바흐 위원장은 ‘평화’와 같은 무형의 가치로 올림픽의 위상을 지키겠다는 계획이다.
분단을 경험한 독일인이라는 태생이 남북 관계와 교류에 관심이 많게 된 이유라는 해석도 있다. 그는 2000 시드니 하계올림픽 개회식을 앞두고 물밑에서 남북한과 접촉해 공동 입장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또 지난해 6월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을 앞두고 남북 단일팀이 언급된 이후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일각에서는 바흐 위원장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통해 ‘성공적인 평창올림픽 개최’와 ‘재선 기반 다지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13년 10월 IOC 수장에 오른 그는 2021년 열리는 위원장 선거를 통해 재선을 노리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타임아웃] 바흐 위원장, 남북 단일팀 집착 왜?
입력 2018-02-02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