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빼… 돈 내” 차 가진 자, 짐 진 자 되다

입력 2018-02-03 00:00 수정 2018-02-04 16:37
#서울 마포구 주민 진모(54)씨는 최근 승용차를 샀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 자가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차할 곳이 마땅하지 않았다. 인근 교회 주차장에 주차하지만 차를 빼 달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진씨는 “교회에 나가고 싶지만 매몰차게 주차 거부를 당한 기억이 자꾸 떠올라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으로 출근하는 이모(44) 집사는 30분 일찍 나선다. 주차 공간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인근 교회에 기도하러 왔다고 둘러대고 주차하지만 거짓말을 한 탓에 기분이 좋지 않다. 이씨는 “교회 관리자가 ‘우리 땅이니 차 빼라’는 말을 할 때면 교회는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공간이라고 대꾸하고 싶다. 그런데 내 기분이 상할까 봐 꾹 참는다”고 했다.

교회마다 예배시간에 “어느 누구나 주께 나오라”는 찬송을 부른다. 예수도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고 말씀했다. 하지만 과연 한국교회는 누구나 출입을 허용하고 있을까. 외부인이 차라도 끌고 온다면 교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국민일보가 지난달 21∼31일 서울시내 중대형교회 30곳과 교인, 지역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외부 주차를 허용하는 교회는 거의 없었다. 지역주민과 마찰을 우려해 단기간 주차를 허용하는 교회가 몇 곳 있을 뿐이었다.

차를 갖고 다니는 게 보편화된 만큼 외부인도 교회에 주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반대 의견이 혼재해 있었다.

서울 중심가의 교회들은 외부주차를 거의 허용하지 않았다. ‘외부차량 주차금지’ 표지가 많았다. 외부주차를 허용하면 교인들의 주차장 이용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Y교회 주차장 입구에도 ‘외부차량 주차금지’라는 표지가 선명했다. 이 교회 주차관리인에게 “지역주민도 교회에 차를 댈 수 있느냐”고 문의하자, “안 된다. 미안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주차스티커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은 출입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서울 서초구 S교회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 교회 관계자는 “우리 교인 댈 곳도 많지 않다. 주일날 장애인이나 노인 위주로 주차장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이 교회 주차장은 절반 이상이 비어 있었다. 평일엔 교인이 적은 탓에 주차장 공간이 넉넉한 편이었다.

서울 용산구 O교회는 주차스티커 미부착 차량은 견인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이 교회 안내집사는 “몰래 들어오는 외부차량을 묵인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장기 주차하는 차들이 간혹 발견된다. 예배 때 차를 빼달라고 전화해도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있다. 관련 사진을 모아 관계기관에 견인을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교회는 민원이 제기되곤 한다. 주일이나 수요예배, 금요예배 때 교인들이 아파트와 강변도로 등에 불법주차를 하기 때문이다. 소음도 적지 않다. 급기야 구청에서 단속을 벌였다. 이 교회 한 성도는 “교회는 지역주민에게 불편을 주면서 외부주차를 금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교회가 변해야 한다”고 했다.

주차요금을 받는 교회도 생겼다. 서울 관악구 W교회, 서울 강남구 K교회, 서울 용산구 S교회 등이다. Y교회도 주차요금 징수를 검토 중이다. 무단주차 차량이 많기 때문이다. 이 교회 관계자는 “교회 이미지도 있고 해서 검토로 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했다.

지역주민들은 평일에 활용되지 않는 교회 주차장을 개방해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주차난 문제에 교회가 도움을 주길 바라고 있었다. 한국교회언론회 심만섭 사무총장은 “교회에 주차하는 사람은 대부분 우리 사회 약자들”이라며 “교회가 입으로만 지역주민을 섬긴다고 해선 안 된다. 지역주민을 위해 더 봉사하고 헌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