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대북정책 이견 외
다른 사유 가능성도 제기돼
한·미 관계 악영향 우려도
정부는 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교수 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대사 내정이 철회된 데 대해 31일 “우리 정부가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거듭 밝혔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이런 결정에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외교부는 차 교수 내정 철회와 관련해 “주한 대사의 인사와 관련해서 정부가 확인해줄 사안은 없다”며 “미국 정부가 설명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다른 나라의 대사 철회 보도에 대한 사실 여부를 청와대가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말을 아꼈지만 내심 당혹스러워했다. 지난해 말 차 교수에 대한 아그레망 절차가 완료됐다는 것은 이미 외교가에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는 따라서 정식 임명 절차가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예상보다 임명이 늦어지는 데 대해 우리도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그게 내정 철회 때문이었다는 것을 우리도 외신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내정 철회 여부 및 사유에 대해 미국 정부가 알려온 것은 없다”고 했다.
정부 일각에선 차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이견을 제시해 사실상 경질됐다는 관측 외에 다른 사유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차 내정자의 소신이나 정책 기조에 대해선 이미 미 행정부 차원의 검증이 끝났기 때문에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것”이라며 “정책 외에 다른 개인적인 사유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차 교수 내정 철회가 한·미 및 북·미 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우리 정부 입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차 교수보다 더 강경론자가 대사로 온다면 그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다시 강경해진다면 한·미 공조를 어떤 스탠스로 이어갈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빅터 차 낙마’에 말 아낀 靑… ‘곤혹’
입력 2018-01-31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