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 굴복의 시대 끝났다” 대대적 통상압박 예고

입력 2018-01-31 19:35 수정 2018-01-31 22:4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위해 한국 수석대표인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왼쪽)과 미국 수석대표인 마이클 비먼 무역대표부 대표보가 3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협상장으로 향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빅터 차 美대사 내정 철회
FTA 폐기 염두 둔 것 분석

한미FTA 개정 2차 협상
자동차-세이프가드 격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제적 굴복의 시대’가 끝났음을 공식 선언하면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에 반대했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대사 내정이 철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FTA 폐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가진 새해 국정연설에서 “미국은 번영을 희생하면서 기업과 일자리, 부를 수십년간 해외에 빼앗겼다”고 밝혀 미국 입장에서 ‘나쁜 무역협상’을 고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가정용 세탁기와 태양광전지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결정했다. 이날 발언은 추가적인 무역 제재 조치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언급한 나쁜 무역협상 중 대표적인 것이 개정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다. 현재 미국은 한국에 자동차와 철강 등으로 무역 불균형이 심화됐다며 FTA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협상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한·미 FTA를 폐기할 가능성이 있다.

31일 오전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시작된 한·미 FTA 2차 개정협상에서도 미국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문제를 집중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초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1차 개정협상에서도 미국은 대한(對韓) 무역적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을 문제 삼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 측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 쿼터(할당) 확대와 미국 자동차업계가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하는 국내 안전·환경 관련 규제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한국도 이번 협상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쟁점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할 방침이다. 전날부터 개정협상을 준비한 산업부 관계자는 “연두교서에서 통상 관련 발언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게 협상의 방향을 좌우할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면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 쪽 주장을 미국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유명희 통상교섭실장은 협상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우리 국익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 대표단은 세이프가드 등 미국의 무역구제(수입규제) 남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