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연설 주요 발언
중간선거 앞두고 손 내밀어
인프라 재건·이민정책 변화…
집권 2년차 어젠다 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새해 첫 국정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1년간 끊임없이 좌충우돌하며 혼란과 분열을 일으키고서 갑자기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러시아 정부와의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특검)의 칼끝이 점차 자신에게 다가오는 가운데 정권심판 성격의 중간선거(11월)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그간의 전투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밤 나는 우리의 차이점을 한쪽으로 치워놓고 공통점을 찾아낼 것을 요청하며, 우리를 뽑아준 국민들을 위해 통합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배경과 피부색, 신념에 상관없이 우리의 모든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일하자고 공화·민주 양당에 손을 활짝 내민다”며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국정기조의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런 미사여구는 오래가지 못했다”며 냉소적 반응을 나타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 의회 연설에서 사소한 싸움을 그만두자고 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트위터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공격한 것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집권 2년차 어젠다로 제시한 것은 국가 인프라 재건과 이민정책 변화, 처방약값 인하 등이다. 그는 낙후된 인프라 재건에 투입할 1조5000억 달러(약 1600조원)의 예산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민정책의 변화는 180만명에 달하는 불법이민자들에게 시민권 획득의 길을 열어주되, 국경 경비 예산을 늘리고 비자 추첨제를 폐지하며 연쇄 이민(시민권·영주권자 가족의 이민)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감세안 처리, 일자리 증가, 주식시장 활황 등을 치적으로 내세우며 “지난 1년간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러시아 유착 의혹과 특검 수사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연설에 대한 미국 내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CNN방송의 여론조사 결과 “매우 긍정적”이 48%, “약간 긍정적”이 22%였으며 “부정적”은 29%에 그쳤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트럼프, 여야에 “함께 일하자” 초당적 통합 강조
입력 2018-01-31 1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