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방문객 소비 증가했지만
오락에 쓴 돈은 1% 정도에 불과
밤에 즐기는 공연·전시 드물고
심야 대중교통 부족… 규제도 많아
‘밤의 경제’ 활성화 목소리 나와
일본 도쿄 중심부 하라주쿠에 있는 카페 ‘가와이 몬스터(귀여운 괴물) 카페 하라주쿠’. 입구에는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코스프레 차림의 여종업원이 손님을 맞는다. 카페 안에는 케이크 모양의 회전목마, 형형색색의 버섯 장식 등 일본 팝컬처 스타일로 가득 차 있다. 카페에서 제공되는 식사도 마찬가지. 화려한 색깔의 파스타와 파르페 등이 테이블로 전달된다. 평일에도 오후 6시 개점 이후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2015년 문을 연 이 카페는 지난해 15만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외국인 여행자가 40% 이상 차지한다.
중심가의 또 다른 지역 에비스는 외국인 여행자의 선술집 투어 코스다. 일본의 서민적인 밤 생활을 체험하고 싶은 외국인 여행자들은 이자카야 특유의 빨간 초롱불 아래 닭꼬치와 삶은 완두콩 등 안주를 먹는 방법, 레몬을 짜 넣은 일본식 칵테일 ‘사와’를 마시는 방법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NHK방송은 30일 일본에서 외국인의 밤놀이 활성화를 통한 ‘밤의 경제’가 일본 경제 활성화의 비장의 카드라고 전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여행자는 사상 최대인 2869만명이고, 이들이 쓴 돈은 4조4161억엔(약 40조3571억원)이다. 2016년 전국 백화점 매출이 5조9000억엔(약 58조원)인 것을 고려할 때 외국인 여행자가 일본 경제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여행자를 4000만명, 소비액을 8조엔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외국인 여행자들이 낮에 관광을 한 뒤 밤에도 거리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일본은 밤에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적은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런던에서는 뮤지컬이나 미술관을 밤늦게까지 즐길 수 있다. 영국의 경우 ‘밤의 경제’ 파급효과가 약 39조4664억원에 육박하고, 72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일본은 밤에도 즐기고 싶은 외국인 여행자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NHK는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자가 체류 중 오락 관련 서비스에 쓴 돈은 1%다. 반면 미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10%,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8%를 사용하고 있어서 일본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정책투자은행의 조사 결과 도쿄 여행을 하려는 외국인의 50% 이상이 ‘밤 생활’ 체험을 희망했다. 또 도쿄를 여행한 외국인의 7%로부터는 ‘클럽이나 바 등 밤 생활 체험이 불만족스러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 관광청은 지난해 10월부터 ‘밤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우선 쇼나 콘서트를 개최할 장소가 적은 것, 심야 대중교통이 부족한 것, 나이트클럽과 라이브하우스 등 심야 영업을 규제하는 법률이나 조례가 많은 것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동시에 ‘밤의 경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야간 소음, 만취자 대처, 범죄 발생 위험 등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다. 게다가 밤에 일할 수 있는 인력의 확보도 과제다. 밤놀이에 대한 일본인의 거부감도 크다. 때문에 외국인만이 아니라 일본인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밤의 거리를 만드는 것이 일본경제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NHK는 제안했다.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여행객 지갑을 열자”… ‘밤 놀이’ 개발 나선 日
입력 2018-02-0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