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적용여부 검토 의뢰
美 정부 회신에 2∼3일 걸려
외교부 “조율, 원만하게 진행”
마식령스키장 남북 스키 공동훈련은 31일 우리 선수단 출발 직전에야 최종 확정됐다. 북한으로 향하는 항공기를 미국의 대북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외교부, 통일부와 미국 국무부, 재무부의 조율이 이날 아침에 끝났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오전 8시50분 우리 측 스키 선수 대표단 방북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대표단을 태운 항공기가 북한에 갈 수 있도록 미국과 최종 조율된 시점은 31일 아침”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시차를 감안하면 미 정부는 현지시간 30일 업무시간 종료 전 우리 정부에 ‘제재 예외를 허가한다’는 검토 결과를 보내온 것이다. 대표단은 오전 10시 양양공항을 출발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회신이 조금만 늦었다면 항공기 방북은 무산됐을 수도 있다. 통일부는 항공기를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전세버스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항공기 방북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서명한 행정명령(13810)과 관련이 있다. ‘북한에 착륙했던 외국인 지분 소유 항공기(aircraft)는 북한을 출발한 후 180일 이내에는 미국에 착륙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이다.
행정명령상 제재 대상은 항공기로 명시돼 있지만 미국의 대북 제재 범위가 워낙 넓고 규정도 많아 해당 항공사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 정부에선 시행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대북 제재에 예외를 두는 데 대한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미 재무부는 전방위적인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 간 조율이 잘 안 돼 결정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외교부는 “정부는 미국의 제재로 우리 기업이 영향받는 일이 없도록 예외를 허가받는 절차를 미 재무부와 원만하게 진행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제재 적용과 해석은 미 정부의 권한”이라면서도 “미국은 이번 협의 과정에서 항공사까지 제재 대상에 해당된다는 의견을 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미국 정부가 항공기 뿐 아니라 항공사를 제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미국 정부가 그런 언급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미 재무부에 제재 예외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건 지난 주말이다.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은 지난 17일 남북 실무회담 합의사항이었다. 이후 정부는 23∼25일 사전점검단 방북 때 북측과 훈련 일정에 합의한 뒤 선수단 이동 방법 등을 확정, 곧바로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미국의 회신이 오기까지 2∼3일 걸렸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미 정부에 여러 건에 대한 검토를 요청하면서 ‘마식령 행사는 시간이 촉박하니 빨리 처리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미 내부적으로 행정 절차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회신이 늦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美 신중론에… ‘전세기 방북’ 이륙 70분전에야 확정 발표
입력 2018-01-31 19:28 수정 2018-01-31 2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