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기관, 차익실현 매도
개미 투자자들 “사자” 행렬
업계, 액면분할 긍정적 평가
중장기 효과 제한적 전망도
삼성전자가 주식 액면분할을 깜짝 발표한 31일 시장이 요동쳤다. 삼성전자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고 코스피지수도 출렁였다. 하루 동안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사고 판 금액은 3조3000억여원에 달했다. 개별종목 거래대금으로는 주식시장 개장 이래 사상 최고액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오전 중에 전 거래일보다 8.7% 뛴 270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액면분할 이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개미투자자’가 대거 유입됐다. 하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고점에서 차익 실현을 하면서 주가는 미끄러졌다. 결국 전날보다 5000원(0.2%) 오른 249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6154억원, 기관은 1131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7035억원 순매수했다.
코스피시장에서 약 20%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자 코스피지수도 오르내렸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1% 상승하기도 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공세에 밀려 0.05% 하락한 2566.46으로 거래를 마쳤다.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의 주식 액면분할 결정을 긍정적으로 본다. 50대 1의 액면분할을 하면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250만원을 기준으로 할 때 5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개인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쉬워지고, 주식 수가 늘면서 거래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KB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배당 혜택을 개인투자자들이 골고루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개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고 판 금액은 삼성전자 전체 거래대금의 15.85%에 그쳤다. 과거 아모레퍼시픽은 1주에 300만원이 넘는 ‘황제주’였는데 2015년 5월 10대 1 액면분할을 하면서 주가를 30만원대로 낮췄다. SK텔레콤도 2000년에 10대 1 액면분할했었다.
그러나 액면분할의 중장기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액면분할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결국 반도체 업황 등이 주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KB증권이 2000년 이후 액면분할을 실시한 667개 종목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 액면분할 공시일 당일 주가는 평균 3.78% 올랐다. 이후 60일 정도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액면분할로 삼성전자 주식이 거래정지되면서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변경 상장을 위해 4월 25일부터 5월 16일까지 매매 거래를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기간에 코스피200 선물, 상장지수증권(ETF) 거래 등이 위축될 수 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증시 하루 종일 요동… 삼성전자 한때 8.7%↑
입력 2018-01-31 19:17 수정 2018-01-31 2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