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가 국민주로… ‘그들만의 리그’ 벗어난다

입력 2018-01-31 19:16
삼성전자가 31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식을 50대 1로 액면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김지훈 기자
이사회, 사상 처음 ‘50대 1 액면분할’ 결의

1주당 가격은 5만원 안팎
개인 투자자 매입 쉬워져
2017년 배당도 46% 확대

작년 영업이익 사상 최대
53조6500억 확정 발표
올해 투자는 감소 예상


삼성전자가 자사 주식을 50대 1로 액면분할하기로 했다. 주식 1주가 50주가 되고 액면가액은 5000원에서 100원으로 작아진다. 주당 300만원에 육박했던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매입 부담이 크게 줄어 삼성전자 주식이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31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식 액면분할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주식의 액면분할은 처음이다. 액면분할이 이뤄지면 삼성전자 1주 가격은 249만5000원(31일 종가 기준)의 50분의 1인 5만원 안팎이 돼 개인투자자가 매입하기 쉬워진다. 주식 가치에는 변동이 없다. 액면분할은 오는 3월 23일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거쳐 5월 중순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삼성전자 주식이 너무 비싸 액면분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삼성전자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3월 권오현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액면분할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전격적으로 주식 액면분할을 결정한 것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이 문제에 관한 큰 틀의 방향 전환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삼성전자 주식 거래가 외국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결정에 앞서 구속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 건을 승인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주주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액면분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많아졌다”며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로 투자자 저변이 확대되고 유동성이 늘면 기업 가치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배당도 늘리고 있다. 이사회는 2017년 배당을 당초 계획한 4조8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잉여현금 흐름의 50% 전액)으로 늘려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 4조원에 비해 46% 늘었다. 보통주 1주당 2만1500원이 배당된다. 2018∼2020년에는 해마다 9조6000억원 수준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도 9조2000억원을 들여 계획대로 마쳤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239조5800억원과 영업이익 53조6500억원의 확정 실적을 발표했다. 모두 사상 최고 수치다. 반도체 분야 이익이 35조2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65.6%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는 반도체 등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실적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1분기는 비수기로 인한 수요 감소와 환율 변동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투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자체 예상했다.

글=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