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대우건설 새 주인으로… 업계 지각변동 임박

입력 2018-02-01 05:05
산은, 우선협상자 선정… ‘고래 삼킨 새우’ 뒤탈 우려도

시공능력 단숨에 3위로
플랜트·원전 등 노하우 획득
시너지 살려낼지 관심
인수가 1.6조 헐값매각 논란도

“금호건설 전철 밟을 수도”
노조·정치권 강력 반발


시공능력평가 13위 호반건설이 3위인 대우건설의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 주택 사업을 주로 해온 호반건설이 플랜트와 토목 등에 강점을 둔 대우건설을 품게 되면서 건설업계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호반건설을 대우건설 지분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호반건설은 전체 매각 대상인 대우건설 지분 50.75% 가운데 40%를 우선 사들인다. 나머지 10.75%는 2년 뒤에 인수하는 분할인수 방식이다. 산은은 매각 가격을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시장에선 주당 7700원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헐값 매각’ 논란도 있다. 매각 대상 전체 지분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인수가격이 1조6242억원으로, 산은이 대우건설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에 투입한 자금(3조2000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다만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우건설 주가와 비교하면 약 30%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기 때문에 헐값 매각이라고 주장하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해명했다. 대우건설 주가는 31일 종가기준 6200원이다.

산은은 지난해 상반기 대우건설의 흑자전환을 확인한 뒤 7월 매각자문사를 선정해 대우건설 매각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산업은행과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매각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곧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약 2∼3개월에 걸친 정밀실사 진행 후 오는 7월까지 매각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인수가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호반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에서 단숨에 3위로 도약하게 된다. 1996년 설립 이후 20년 넘게 주택 사업만 해온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의 건축·토목·플랜트·원자력 관련 인프라와 노하우를 살린다면 시너지가 날 수 있다. ‘푸르지오’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시장에서 차별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대우건설 입장에선 은행 관리 체제를 마감하고 경영상의 안정을 확보하게 됐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호반건설이 자신보다 몸집이 10배가량 큰 대우건설의 체계화된 운영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가 첫 번째 과제다. 대우건설 노조는 과거 금호건설이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 회사를 인수한 뒤 경영난을 겪은 것을 근거로 이번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의 반대도 부담이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호반건설 인수능력과 경영능력이 다 의문스럽다”며 “실패하면 대우건설만 잘못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홍석호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