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평창에 MB 꼭 모셔라” 지시… 두 정권 잠시 휴전

입력 2018-01-31 22:13
이명박 전 대통령이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전달받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등 주요 행사 초청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지훈 기자

정무수석 직접 찾아 환담
전·현정부 일단 유화모드
MB “기꺼이 참석하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다. 정치보복 논란으로 서로를 비판했던 문재인정부와 이명박정부가 평창올림픽을 매개로 일단 화해 무드를 조성한 셈이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이 전 대통령 사무실로 가서 이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한 수석은 평창올림픽 개·폐회식과 사전 리셉션 등 주요 행사 초청장을 전달하고 20여분간 비공개로 환담했다.

한 수석은 환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개회식에 참석하겠다고 확답했다”며 “올림픽이 화합과 통합의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이 정부가 잘되고, (국민을) 통합하고, 화합하며 잘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한 수석은 “오는 9일 개회식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우리가 평창올림픽을 세 번 도전 끝에 유치한 의미도 있어 이 전 대통령에게 정중히 초청의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초청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모들은 “야당에서 ‘쇼’라고 비판할 수 있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꼭 오시도록 직접 초대장을 건네드려라”며 “이 전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그런 것(올림픽 개회식 참석)까지 못하게 해서야 되겠느냐”며 참모들을 설득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 전 대통령도 환담에 앞서 한 수석에게 “문 대통령께서 진정한 말씀으로 초대해 주셨고, 국가적 경사인 만큼 대한민국의 화합도 돕고 국격을 높일 좋은 기회”라며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께도 말씀을 잘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전 대통령이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키로 하면서 문 대통령과 2년3개월여 만에 만날 것으로 보인다. 전면전 코앞까지 갔던 두 정부 간 비난전 역시 당분간 봉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강준구 이종선 기자 eyes@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