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서 검사 사건 계기로 낡은 조직문화 개혁해야

입력 2018-01-31 18:20
대검찰청이 31일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을 조사할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조사단장으로 첫 여성 검사장인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임명한 것도 피해자 입장을 최대한 고려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조사단은 공소시효와 기소 가능성에 구애받지 말고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파악해 남김없이 공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조사단 활동이 서 검사 사건을 파헤치고 끝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폐쇄된 전문가 집단은 일반 조직보다 비리와 성폭력 사건이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검찰도 예외가 아니다. 서 검사에 따르면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은 2010년이다. 사건이 8년 동안 묻혔던 것이다. 검찰 안에서는 비슷한 사건이 적지 않게 일어났을 것이다. 서 검사는 성폭행 사건까지 언급했다. 조사단이 마음만 먹는다면 전국의 여검사 500여명을 전수조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지금까지 의혹만 무성했던 일들의 사실관계를 밝히고 가해자를 처벌한다면 검찰의 조직문화는 순식간에 개선될 수 있다. 사건을 무마한 방식까지 낱낱이 밝힌다면 잘못된 인사 관행까지 바로잡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독선과 엘리트주의에 빠진 낡은 조직을 바꾸지 않으면 검찰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검사동일체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해 무조건적인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지금의 조직문화를 그대로 두고는 어떤 제도를 도입해도 진정한 개혁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 개혁의 정답이 아니라는 회의론자들의 생각이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논의되는 제도 변화가 내부에서 분출되는 개혁 의지와 만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검찰은 서 검사 사건을 검사 개개인의 의지와 판단을 존중하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 기회로 삼아 주저하지 말고 스스로를 바꿔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