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의 야권 지도자가 스스로 대통령 취임을 선언하고 나서 혼란이 예상된다. 현지 일간 데일리네이션은 국가슈퍼동맹(NASA)의 지도자 라일라 오딩가(73·사진) 전 총리가 30일(현지시간) 수도 나이로비의 우후루 공원에서 ‘민중의 대통령’을 자임하며 자체 취임식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케냐에서는 지난해 8월 대선이 치러졌으나 야권이 불공정 선거라며 소송을 제기한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재선거 판결을 이끌어냈다. 같은 해 10월 재선거가 진행됐지만 오딩가가 다시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출마를 거부, 우후루 케냐타 현 대통령이 9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오딩가는 우후루 공원에 마련된 연단에서 성경을 오른손으로 치켜든 채 “민중의 대통령이 돼달라는 수많은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선언했다. 무더위에도 각지에서 찾아온 열성 지지자 수천명이 공원을 가득 메웠다.
당초 지지자들은 이날 제2 정부가 탄생할 것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참석이 예상된 다른 야권 주요 지도자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경찰은 소요사태를 우려해 행사를 막지는 않았다.
오딩가 측은 망명정부나 독립국가 선포 등 향후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케냐 전역에서 폭력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이미 이번 일을 반역죄로 규정했기에 대량 체포와 사형선고가 이뤄질 수도 있다. 케냐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이는 92명에 달한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내가 민중의 대통령”… 케냐 야권 지도자 ‘셀프 취임식’
입력 2018-01-31 2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