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6년 병인양요 때다. 프랑스 함대를 이끈 로즈 제독은 철수하면서 강화도의 외규장각을 비롯한 행궁을 불태우고 떠났다. 외규장각에 보관된 4000권이 넘는 왕실 도서가 서양의 만행에 소실됐다. 의궤 등 340여권은 프랑스로 유출됐다.
그때 외규장각에서 사라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사진)이 152년 만에 돌아왔다. 문화재를 아끼는 기업의 후원이 큰 힘이 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지건길)은 31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20일 환수한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을 공개했다. 귀환은 온라인 게임회사 라이엇 게임즈(한국대표 이승현)의 기부 덕분이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고 총 43억원을 환수에 쓰도록 후원하고 있다.
재단은 국외 경매에 나온 한국문화재를 모니터링하던 중 지난해 6월 죽책이 프랑스 경매에 출품된 것을 발견했다. 이 죽책은 1819년(순조 19년) 효명세자빈을 책봉할 때 수여한 것이다. 죽책은 왕세자 왕세자빈 왕세손 등을 책봉할 때 그에 관한 글을 대나무쪽에 새겨서 수여하는 문서로, 왕실미술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공예품이다. 효명세자빈(1808∼1890)은 풍은부원군 조만영의 딸로, 남편 효명세자가 요절하고 아들 헌종이 즉위함에 따라 ‘신정왕후’로 봉해졌다. 세간에는 고종을 즉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수렴청정한 ‘조대비’로 더 알려져 있다.
외규장각에서 사라진 조선왕실의궤는 민관의 반환 노력으로 2011년 프랑스에서 환수됐다.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당시 나폴레옹 3세가 의궤 등 300여점만 국립도서관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여론 등을 의식해 정부 인수를 거부함에 따라 민간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죽책도 프랑스 개인이 소장하고 있던 것으로, 그의 할아버지가 고미술시장에서 구입해 상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손영옥 선임기자yosohn@kmib.co.kr
조선왕실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佛 유출 152년 만에 고국 품으로
입력 2018-01-31 19:07 수정 2018-01-31 2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