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러시아 정·재계 고위인사 21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고 30일 CNN방송이 전했다.
지난해 8월 제정된 러시아·이란·북한 제재 패키지법 규정에 따라 작성된 명단이다. 210명 중 일부는 이미 미국 제재를 받고 있지만, 재무부는 제재 명단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날 미 국무부는 러시아 제재법이 충분히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대(對)러 제재를 추가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의회에 통보했다. 재무부가 발표한 명단은 향후 추가 제재 시 근거로 사용될 전망이다.
명단에는 정·관계 고위급 114명과 올리가르히(재벌) 96명이 적시됐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 러시아 정부 핵심 인사들이 모두 포함됐다.
순자산이 1억 달러(1조710억원) 이상인 올리가르히로는 영국 축구팀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 미디어·통신 재벌 알리셰르 우스마노프, 국영석유기업 로스네프티 대표 이고리 세친,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 사장 알렉세이 밀레르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96명은 지난해 미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러시아 억만장자 리스트와 정확히 일치한다.
명단 공개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양국 관계를 위태롭게 하며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반발했다. 러시아 의회도 “러시아 엘리트들을 욕 먹일 목적으로 우리 정부 전화번호부를 카피한 리스트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제재법은 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때문에 지난해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통과시켰다. 대러 제재를 완화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마지못해 법안에 서명했다.
천지우 기자
러시아를 움직이는 210명은… 美 재무부, 명단 정리해 발표
입력 2018-01-30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