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女아이스하키 선수 입장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입력 2018-01-31 05:00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부 부처 장·차관 워크숍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상기 법무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문 대통령,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병주 기자

장·차관 워크숍서 ‘남북 단일팀 논란’ 사과

“부처 간 입장 대립하고
이해관계 엇갈리는 정책
국민 설득·공감 과정이 중요”

‘적폐청산·혁신속도 가속화’
정부, 올 최우선 과제로 제시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취임 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는 공직자들의 변화를 주문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위해서는 국민 동의와 공감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민’ 단어를 36차례나 사용했다. 특히 부처 간 입장이 대립하고 국민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정책의 경우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더욱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가상화폐 규제 대책, 영유아 영어교육 금지 정책 등이 혼선을 빚은 점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범 초부터 전방위적 개혁 드라이브를 걸며 정부의 변화를 주문했지만, 국민 체감 수준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기강잡기 성격이 강하다.

문 대통령은 “장·차관 여러분이 바라봐야 할 대상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며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고,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를 섬세하게 살피면서 모든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2년 차에 국민 각자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촛불 민심이 냉담하게 변해갈지 모른다. 냉엄한 현실”이라며 “국민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으려면 설익은 정책이 나가지 않도록 초기 단계부터 부처 간 조정이 필요하다. 국민들과의 협의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불공정 논란을 일으킨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문제에 대해서도 사과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평화올림픽을 위해 좋다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의 입장을 미처 사전에 헤아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때 반대하는 분들과 사전 협의를 하고, 설득하거나 보완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라”며 “다수가 찬성해도 반대하는 소수가 강경하면 어렵다. 소수라고 무시하지 않고 사전에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일팀 추진 과정에서 신중한 논의가 없었음을 자성하고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는 올해 분야별 10대 주요 정책에서 ‘적폐청산과 혁신속도 가속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등 전 정부의 불법 행위와 사회 불공정·특권 행위를 대대적으로 일소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부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구도다. 적폐청산과 공직 혁신을 앞세워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지만, 사정 정국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장·차관 워크숍에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올해 국정운영 방향 기조발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정부혁신 추진 방향과 과제’ 발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디지털 소통 강화 전략 소개’도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주제발표와 토론을 마친 뒤 도시락으로 만찬을 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만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준비 상황을 보고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