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北… 文 대통령 ‘평창 구상’ 걸림돌
갑자기 말 바꾸기·몽니 다반사
올핸 언론 보도 트집 잡기 많아
北 건군절 열병식 최대 고비
노골적 대미 위협 메시지 ‘긴장’
국방부 “北 지도에서 지울 것
宋장관 발언 원칙적 답변” 해명
새해 들어 남북관계의 급속 진전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덕스러운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북측이 지난 29일 금강산 공동문화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적지 않음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대화와 북핵 해결의 선순환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평창올림픽이 이런 결실을 맺지 못하고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 상황이다.
당초 마식령스키장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과 금강산 공동문화행사는 문 대통령의 ‘평화올림픽’ 구상에 따라 우리 측이 요구해 관철한 사항이다.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남북 교류의 끈을 이어가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북한의 일방적 결정으로 이러한 의도가 틀어졌다. 대북정책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 사안마저도 북측의 변덕에 따라 깨질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북측 태도에 우리 정부가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닌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측이 우리 언론 보도를 집중적으로 비난하며 무리한 요구를 해오는 것도 우리 정부에는 적잖은 부담이다. 한국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특정 부처나 당국자의 대북 발언을 조절할 수는 있어도 언론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북한의 일방적 변덕은 남북 체제 차이를 악용해 우리 정부를 길들이는 한편 ‘남남 갈등’도 유발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평창올림픽 개막에 앞선 최대 고비는 다음 달 8일 북한 건군절 70주년에 맞춰 이뤄질 열병식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처음 열리는 열병식이어서 북한은 자축 차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 14형’과 ‘화성 15형’ 등 전략무기를 대거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열병식은 대외적 메시지 발신 외에 내부 결속 목적도 있어 북한이 행사를 ‘톤다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을 겨냥한 호전적인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 열병식에 대해선 “예단하지 않겠다”며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열병식 내용에 따라 우리 정부가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열병식에서 노골적인 대미 위협 메시지가 나올 경우 우리도 한·미동맹 차원에서 상응하는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를 고려해 지나치게 절제된 메시지를 낼 경우 ‘한·미동맹 이완론’이 불거질 수 있다. 반대로 대북 반응이 너무 강경하면 남북관계 관리가 어려워진다. 북측이 열병식 이후 또다시 우리 언론 보도 행태를 문제 삼을 수도 있다. 북측은 금강산 행사 취소를 통보하면서 “(한국 언론이) 내부의 경축행사까지 시비했다”고 비난했다.
한편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라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29일 발언은 ‘원칙적 답변’이었다고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반도 안보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국방부 장관으로서의 원칙적 답변”이라며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송 장관의 원론적 발언을 굳이 해명까지 한 것은 지나치게 북한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北, 또 일방 취소… 판 깨기? 한류 부담?
입력 2018-01-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