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적극 대처해야할 檢 내부서 발생 ‘충격’
법무부도 “엄정하게 처리”
대검 감찰본부 조사 착수
서지현 검사 진술 들은 후
제기된 의혹 파헤칠 방침
법조계·정치인 등으로
‘미투 운동’ 확산되는 조짐
현직 여검사의 검찰 내 성범죄 피해 폭로에 따른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검찰 내부는 물론 정치권 등에서도 정확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8년 전 성추행 사건의 경위 파악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극적 모습을 보였던 법무부도 30일 “문제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엄정히 처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고, 대검 감찰본부도 조사에 착수했다.
29일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인 서지현 검사가 실명으로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린 데 이어 직접 방송에도 출연해 성추행을 당했던 사실을 고백한 후 검찰은 충격에 빠졌다. 서 검사는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하던 2010년 10월 30일 동료의 장례식장에 갔다가 당시 이귀남 전 법무부장관을 수행하고 온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옆에 앉게 됐고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서 검사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그는 북부지검 간부 등과 논의 끝에 당사자 사과를 받는 수준에서 정리를 하려 했지만 여태껏 아무런 사과를 받지 못했다. 그는 특히 법무부 고위 간부가 사건 은폐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법무부에서 근무하던 임은정 현 북부지검 부부장검사가 법무부 감찰 쪽 제보를 받고 서 검사에게 피해사실 확인을 위해 연락을 했는데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를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임 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에게 감찰 협조를 설득하는데 (최 전 국장이)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셔’라고 호통을 쳤다”고 주장했다. 실제 당시 관련 감찰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서 검사는 2014년 4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에서 근무하던 중 정기 사무감사를 거쳐 검찰총장의 경고까지 받았다.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좌천성 인사 조치로 떠난 직후의 일이었다. 그는 2015년 8월 통영지청으로 발령이 났다. 사무감사와 인사발령 모두 부당했으며 그 배경에 검찰 실세였던 안 전 검사가 있었다는 게 서 검사의 주장이다. 안 전 검사는 인사발령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서 검사의 폭로가 사실일 경우 범죄 피해 대처에 대해 누구보다 적극적이었어야 하는 검찰 내에서조차 성범죄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피해자인 여검사가 8년 가까이 침묵을 강요받은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대검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전날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충분히 살폈지만, 기록상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것에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도 “진상조사를 철저히 해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직장 내에서 양성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서 검사 본인의 피해 진술을 먼저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 검사는 현재 병가를 내고 외부 연락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대검은 성추행 의혹 뿐 아니라 당시 사무 감사와 인사 발령 조치의 적절성, 검찰 내 다른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서도 진상을 파악할 방침이다.
다만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 부분은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가해자 처벌 등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건이 발생한 2010년 10월 당시 성추행죄는 친고죄였기 때문에 피해자가 사건을 안 지 6개월 이내에 고발해야만 처벌이 가능하다. 또 안 전 검사는 이미 해임돼 법무부 감찰 대상도 아니다. 대신 부당한 인사 조치가 확인될 경우 직권남용죄 처벌은 가능하다. 안 전 검사와 사건을 덮은 것으로 지목된 최 의원은 모두 부당한 인사 조치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서 검사 폭로를 계기로 성추행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 운동’이 법조계·정치인 등으로 확산되는 조짐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재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 검사 옆에 서려고 몇 번을 썼다가 지우고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변호사였을 때도 못했던 일, 국회의원이면서도 망설이는 일”이라면서 “그러나 #MeToo, 그리고 #WithYou”라고 글을 끝맺었다. 이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나중에 정리된 취지로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여성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법조계 내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며 검찰 내 성범죄 특별수사팀 구성을 촉구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에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글=조민영 신재희 기자 mymi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여검사 성추행 파문] 발칵 뒤집힌 檢… 문무일 총장 “진상 철저히 조사”
입력 2018-01-30 19:10 수정 2018-01-30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