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초 정책방향은 벽에 부딪치고, 새로 불거진 문제는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고, 또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쉬운 것부터 보자. 케이뱅크 문제. 케이뱅크 인가가 아무리 잘못된 행정처리의 결과라고 해도 이제 인가 취소는 사실상 무리다. 그러나 금융감독의 난맥상에 대해서는 그 결과를 보정하고, 진상을 규명하고, 그 결과에 합당한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결과 보정을 위해서는 ‘꼼수로 삭제한 은행법 시행령 복원’이 시급하다.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감사원 감사가 적절하다. 감사원 감사는 행정 행위가 잘못됐는지를 밝히고, 적절한 시정 조치를 적용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장치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건희 차명재산 과세 문제다. 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된 계좌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국회와 이 문제에 대해 이견이 계속되자 그 부분에 대해 법제처 유권해석을 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것에 대해 반신반의한다. 예를 들어 법제처가 과징금 부과를 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할 경우 이를 수용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필자는 수용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외통수에 걸렸다. 자칫 과징금 부과를 못한다고 결론 날 경우 행정수반으로서는 그 결정을 고수해야 할 것이지만, 국민들이 납득 못할 경우 이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 결론 중 핵심 쟁점을 거스르고 있는 금융위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 것인가. 예를 들어 기업구조조정촉진법 폐지 문제다. 혁신위는 원칙적으로 폐지 입장이었고, 금융위는 반대 중이다. 심지어 금융위는 상설화 방향을 굳히고 공청회까지 예정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대통령이 금융위를 주저앉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회에서의 볼썽사나운(?) 옥신각신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암호화폐(가상화폐) 문제는 어제 대책을 발표했지만 그 뒷맛은 개운치 않다. 정부가 계속 꼼수로 문제를 대처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책을 발표할 때는 그 대책의 밑바탕을 이루는 최소한의 논리적 일관성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의 거래가 합법적이라면 신규투자를 금지할 논거는 없다. 정부는 신규투자가 금지되는지 확실히 밝히지 않으면서 “은행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뒤로 빠지는 형국이다. 투자자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번 대책은 엉거주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다음으로 경제정책 일반으로 논점을 돌려보자. 최저임금제 문제는 정책 방향은 옳다. 문제는 정부가 작년 하반기에 보완책 마련을 게을리하다 보니 둘 다 경제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와 개인 자영업자 간 서글픈 싸움을 방조한 꼴이 되었다는 점이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경제 민주화 조치다. 작년 하반기에 경제 민주화와 관련한 중요한 조치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역점을 뒀던 갑을관계 개선 이외에는 없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청관계의 최상위에 있는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하부 협력업체들로 흘러내리게 만드는 강제적 낙수효과 조치들이 전혀 추진되지 않았고, 개인 자영업자의 생산비용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 인하와 관련한 조치도 가시적인 것이 없었다. 기업소득의 강제적 낙수효과를 촉진하고, 부동산 보유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가장 어려운 문제다. 집권 6개월 만에 관료들이 드디어 청와대의 집권 보좌진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작년 말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작년 7월에 발표한 정책기조의 상당 부분을 사실상 뒤집어엎었고, 금융위의 경우 금융행정혁신위의 권고를 뭉개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적절한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이 정부는 앞으로 계속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전성인(홍익대 교수·경제학부)
[경제시평-전성인] 비틀거리기 시작한 경제정책
입력 2018-01-30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