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확산 가장 큰 걸림돌은 ‘안정적인 직업 선호’ 경향

입력 2018-01-30 18:45

혁신성과 진취성처럼 기업 운영에 필요한 기업가정신의 확산을 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급여나 고용이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꼽혔다. 기업 단위의 기업가정신은 기존의 기업문화·구조 등에 발목이 잡힌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은 지난해 8∼10월 만 13∼69세 개인 1만명과 기업 3222개사를 상대로 실시한 ‘기업가정신 실태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국가통계로 승인된 기업가정신 실태조사가 발표된 건 처음이다.

기업가정신이 자리잡는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안정적 직업에 대한 선호’가 먼저 꼽혔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5615명(이하 복수응답)이 이를 기업가정신 활성화를 방해하는 요인 1∼2순위로 꼽았다. 이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4992명) ‘입시위주 교육’(3938명) ‘실패에 대한 주위의 부정적 인식’(3526명)이 뒤를 이었다.

아울러 앞으로 창업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80.9%를 차지했다. 창업할 생각이 있다고 응답한 19.1% 중에서도 창업계획 시점을 2년 이후라고 답한 비율이 11.7%로 가장 많았고 6개월 이내(4.7%)가 뒤따랐다. 중기부는 “(기업가정신에 영향을 많이 받는) 창업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낮은 편”이라며 “기업가정신의 저변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업하겠다고 응답한 이들은 창업 이유로 자아실현·성취감 등 개인적 요인(4579명)을 가장 많이 꼽았고 사회·경제적 성공(4159명), 우수 사업 아이디어 보유(2627명) 순이었다.

기업 단위의 기업가정신은 이상과 현실이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과 기업의 비전에는 기업가정신이 묻어난다며 비교적 높은 점수(40점대 후반)를 줬다. 하지만 정작 예산이나 인력 구성에는 기업가정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불충분하다며 낮은 점수(20점대 초반)를 매겼다. CEO는 구성원에게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강조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전문 조직과 인력, 예산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