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산 스카이워크, 뭍을 향한 파도의 쪽빛 그리움

입력 2018-01-31 20:53
경북 울진군 후포면 등기산에서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등기산 스카이워크’. 해상 높이 50m, 길이 135m 규모의 동해안 최대 하늘 바닷길로, 2월말쯤 개장하면 일출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덕신리∼망양정 쪽빛바닷길에 우뚝 솟은 촛대바위
매화면사무소 인근에 조성된 ‘이현세 만화거리’
국보 242호로 지정된 봉평리 신라비
나곡바다낚시공원 옆 ‘함부로 애틋하게’ 세트장
경북 울진의 바다는 청정하다. 새하얀 백사장에서 시작해 끝없이 펼쳐진 쪽빛 바닷물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그 바다는 겨울철에 더욱 으르렁거린다. 집채만 한 파도가 바닷가 마을을 집어삼킬 듯이 몰려온다. 바다가 내놓는 싱싱한 해산물은 입맛을 돋운다. 울진의 해안길은 7번 국도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남북으로 102㎞에 이르는 해안선 도로를 따라 볼거리, 먹거리가 풍성하다. 최근 새롭게 조성된 ‘신상’ 여행지도 즐비하다.

울진 바다여행은 울진의 최남단 후포면 후포리에서 시작한다. 후포항은 국내 최대 대게잡이로 유명하다. 대게는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리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대게라 한다. 한문으로 ‘죽해(竹蟹)’라 쓴다. 울진 대게의 고향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다. 바닷속에 왕돌초로 불리는 거대한 암초가 있다. 넓이는 동서 21㎞, 남북 53㎞ 정도다.

후포항 곁에 나지막한 등기산(53.9m)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가 2월말쯤 문을 연다. 해상 높이 50m, 길이 135m 규모의 동해안 최대 하늘 바닷길이다. 스카이워크와 등기산 정상은 41m 규모의 출렁다리로 연결돼 있다. 정상에는 동해안 신석기 초기 유적을 품고 있는 돔 형태의 ‘신석기 유적관’(107㎡)이 들어서 있다. 1983년도 후포리 유적 발굴 당시에 확인된 세골장 장법과 돌도끼 등 출토유물의 복제품이 전시되고 별도로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재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후포항에서 북쪽으로 나 있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울진의 바다풍경이 이야기를 속삭이듯 다가왔다 멀어졌다 한다. 평해읍 직산리까지 약 20㎞ 해안도로는 울진의 전형적인 어촌마을을 보여준다. 기성면 망양리에 이르면 동해를 배경으로 우뚝 자리한 울진대게 조형물이 서 있다. 이곳은 일출명소로 유명하지만 사계절 내내 전국의 바다낚시꾼들이 몰려오는 명소다.

매화면사무소에 이르면 매화리 벽화마을이 있다.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 까치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고, 그 옆엔 영원한 맞수 ‘마동탁’이 까치를 노려보고 서 있다. 울진이 고향인 만화가 이현세씨의 대표 작품에 등장하는 장면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현세 만화거리’다. 매화면사무소 앞에서 복지회관 앞까지 250m 마을 길옆 담장에 50컷 이상 그려져 있다. ‘아마겟돈’ ‘남벌’ ‘블루엔젤’ ‘천국의 신화’ 등 이씨의 만화 속 명장면이 재현돼 있다.

만화거리에 있는 매화작은도서관은 매화 만화도서관으로 리모델링됐다. 만화 500여 권과 책 500여 권 등 1000여 권의 도서가 진열돼 있다. 누구나 편하게 쉬거나 만화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매화면 덕신리에서 근남면 망양정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쪽빛바닷길이라고도 불린다. 진복리에서 산포3리 방면으로 가다 보면 우뚝 솟은 바위가 나온다. 촛대바위다. 뾰족한 바위 꼭대기에 자라는 소나무가 마치 촛불이 타는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촛대바위를 지나자 하늘, 파도, 갈매기, 어촌마을 등 눈에 보이는 모습이 그대로 풍경이다. 짭조름하고 비릿한 바다냄새의 포구의 작은 등대, 낚시꾼들의 모습, 작은 동네 슈퍼마켓, 어촌마을 주민들이 바닷가에 걸어 놓은 오징어 등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죽변면에 이르면 봉평2리에 ‘봉평리 신라비 전시관’이 있다. 1988년 1월 이 마을 논에서 발견된 봉평리 신라비는 영일냉수리비와 함께 신라를 대표하는 금석문으로 국보 제242호로 지정됐다. 전체 글자를 거의 읽어낼 수 있어 신라 문화연구에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자연돌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비석은 사다리꼴에 가깝다. 비문은 한쪽 면에만 새겨져 있는데 글자 수는 399자다. 갑진년(법흥왕 11년·524년) 정월 속민촌이었던 거벌모라와 남미지촌에서 반란이 일어나 신라왕과 6부대표가 군사를 일으켜 평정했으며, 반란 주모자에 대한 처벌과 전쟁비용 부과, 기타 유사촌락들이 법을 따르도록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죽변항에서는 죽변등대가 유명하다. 1910년 11월 24일 점등돼 100년이 넘도록 동해상을 항해하는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등대에 오르면 죽변항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등대 아래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은 그림 같다. 바위 절벽에 우뚝 선 짙은 주황색 지붕이 인상적이다. 교회 건물은 안전상 이유로 철거돼 아쉽다. 그 너머 ‘하트 해변’에 거친 파도가 끝없이 밀려온다. 울진군은 죽변등대 일대에 내년 8월 개장을 목표로 해안순환레일 설치사업을 추진 중이다.

울진 최북단인 북면 나곡리에도 드라마 세트장이 들어서 있다. 김우빈 배수지 주연의 TV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촬영됐다. 김우빈 집으로 나온다. 인근 나곡바다낚시공원은 바다 위에 낚시잔교를 만들어 2013년 10월 문을 열었다. 탁 트인 동해와 그 위를 가로지르는 잔교, 뾰족뾰족 서있는 해안절벽의 조화로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여행메모

후포항·죽변항 일대에 맛집 즐비
3월 1∼4일 울진대게 축제 열려


서울에서 경북 울진으로 가는 길이 가까워졌다. 2016년 9월 동해고속도로 동해∼삼척 구간이 연결된 데 이어 11월 광주원주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물리적·시간적 거리가 대폭 단축됐다. 동해고속도로 근덕나들목에서 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후포면 후포항에 닿는다.

후포항과 죽변항 일대에 맛집이 많다. 후포항 왕돌회수산(054-788-4959)은 대게와 홍게뿐 아니라 우럭맑은탕, 활어회 등이 맛나다. 연지1리 바다횟집(054-783-9966)은 물회를 잘한다. 죽변의 명물곰식당(054-783-7575)과 우성식당(054-783-8849)은 곰치국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곰치를 푸짐하게 잘라 넣고 잘 익은 김치를 넣어 시원하게 끓여낸다. 명물곰식당의 장치탕도 별미다. 국물이 맑으면서도 걸쭉하고 깊다.

울진에서는 싱싱한 대게도 많이 잡힌다. 고소하고 달콤한 대게의 참맛을 제대로 접할 수 있는 ‘2018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3월 1일부터 3월 4일까지 후포항 한마음부두 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에서는 월송 큰 줄 당기기 등 전통 민속놀이와 더불어 대게 플래시몹, 대게송, 대게춤 등 다양한 대게 주제 행사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관광객 참여 체험놀이마당 및 레크리에이션, 대게 및 붉은대게 직판, 관광객 특별 경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울진=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