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면 지청장 극단적 선택 시도, 왜?

입력 2018-01-30 18:50 수정 2018-01-30 19:34

관사서 번개탄 피운 흔적 발견
119구급대로 인근 병원 이송
“혼자 다 안고 가겠다” 유서

지청장→검사 좌천인사 압박
개인 비위로 대검 감찰 받아
MB정부 靑행정관 파견 근무

정승면(51·사진) 대구지검 김천지청장이 30일 관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정 지청장은 이날 오전 출근을 하지 않아 김천지청 직원이 관사(아파트)를 찾아갔고 관사에서 쓰러져 있는 정 지청장을 발견해 오전 9시30분쯤 119구급대를 불렀다. 관사에서는 착화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고 쪽지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쪽지에는 ‘검찰총장님께 미안하다. 혼자 다 안고 가겠다. 검찰 명예를 더럽히지 않겠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정 지청장은 호흡곤란 증세 등을 보여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오후에는 의식도 일부 돌아오고 상태도 호전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대구지검과 김천지청 관계자들이 병원을 방문하는 등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지청장은 최근 개인 비위 의혹으로 감찰을 받았다고 한다. 대검 감찰본부는 “사건관계자와 부적절한 교류를 한 혐의 등으로 정 지청장에 대한 감찰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감찰은 일선청의 비위 발생 보고에 따라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고 조속히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내용을 정 지청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정과 연관짓는 해석도 제기된다.

검찰 내부에선 종일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투신한 지 2개월여 만에 또다시 검찰 간부가 자살을 시도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 검찰 간부는 “너무 황당한 일이라 당혹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부장검사는 “검찰에 계속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정 지청장은 지난 26일 법무부 인사에서 김천지청장으로 발령된 지 5개월여 만에 대구고검 검사로 전보됐다. 사실상 좌천성 인사다. 법무부는 인사 발표에서 “징계·감찰을 받는 등 업무 처리 등과 관련해 검찰 신뢰 저하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는 검사들에 대해서는 그 사정을 인사에 반영했다”고 했다.

정 지청장은 대구 출신으로 1997년 사법연수원(26기)을 수료한 후 인천지검과 대전지검 공안부장, 대구지검 공안부장, 법무부 법무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부산지검 형사1부장을 지냈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3월부터 같은 해 7월 말까지 청와대 민정2비서관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를 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양민철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