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여성 출마자 2.5배 증가
해군 예비역 여성 3인도 출사표
노골적 ‘여혐’ 트럼프 시대의 역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1년, 미국 여성들이 워싱턴을 정조준하고 있다. 2년 전 여성 대통령 문턱까지 갔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패배가 불붙인 여성들의 도전 욕구에 전 세계를 강타한 ‘미투(MeToo)’ 캠페인이 기름을 부었다. 올해 11월 중간선거의 승패는 500명이 넘는 여성 정치초년병의 활약에 달려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해군사관학교에서 여성 차별 극복에 앞장서온 세 예비역 여성이 최초의 해군 출신 여성의원에 도전한다고 보도했다. 미군 최초 여성 F-18 전투기 조종사인 에이미 맥그래스, 강습상륙함장으로 페르시아만을 누빈 일레인 루리나 모두 중동전 참전 용사들이다. 미키 셰릴은 해군 헬리콥터 조종사 출신으로 연방검사를 지냈다. 이들은 모두 공화당 강자가 군림해 온 보수적 지역 또는 민주당 내 슈퍼대의원(기성정치인과 가까운 지명직 대의원)이 버티고 있는 험난한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NYT는 “강력한 정치 행동의 물결이 트럼프 시대 여성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이들뿐 아니라 여성 정치 참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여성정치센터가 집계한 중간선거 여성 출마자 수(현직 포함)를 보면 하원의원 도전은 397명, 상원의원 도전은 50명, 주지사는 79명에 달한다. 불과 2년 전인 2016년에 여성 출마자 수가 하원 167명, 상원 16명이던 것에 비해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의회정치의 뿌리인 하원의원 출마에 나선 여성 대다수가 민주당에 몰린 점이 주목된다. NBC방송에 따르면 하원 입성을 노리는 여성 중 민주당 후보는 317명으로 공화당(80명)의 4배에 육박했다. 주간지 타임은 여성 정치 후보자를 모집하고 조직하는 민주당 ‘에밀리 리스트’에 연락한 여성 수가 2015∼2016년 900여명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2만6000명으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이들 대다수가 반(反)트럼프 정서와 여성의 사회적 역할 확대 등에 공감대를 지녀 공화당보다는 민주당에 기운 것으로 분석된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역시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성폭력과 성차별에 대한 규탄 발언을 한 뒤 강력한 ‘트럼프 대항마’로 부상했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美 여성 정치 지망생 급증… 워싱턴 ‘미투 세대’ 탄생하나
입력 2018-01-31 05:00 수정 2018-02-01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