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사, 계열사 277곳서 거둬
총수 지분 많은 회사 심해
LG, 2457억 받아 1위
당국 3년 전 조사하고도 뒷짐
상세 내역 매년 공시 의무화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대기업집단 대표회사들이 계열사로부터 받는 브랜드 수수료가 연간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브랜드 수수료 내역을 매년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3년여 전에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실태조사에 착수했으면서도 지금까지 사각지대로 방치해 왔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국민일보 2015년 11월 11일자 1·5면 보도 참조).
공정위가 30일 밝힌 브랜드 사용료 수취현황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대표회사 중 브랜드 수수료를 받는 기업은 20개였다. 이들 대표회사는 277개 계열사로부터 모두 9314억원(2016년 기준)의 수수료를 받았다. 브랜드 수수료는 ‘삼성’ ‘LG’와 같은 대기업집단 고유 명칭을 계열사들이 사용한 대가로 브랜드 소유권을 가진 대표 계열사에 매년 내는 금액이다. 브랜드 수수료 상세 내역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총수 일가가 주요 주주로 있는 회사에 과도하게 몰아준 브랜드 수수료가 부당지원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결론적으로 이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다’였다.
조사결과 브랜드 수수료를 받는 20개 회사 중 13개 회사(65%)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아 사익편취 규제대상(상장기업 30% 이상, 비상장 20% 이상)이었다. 이들 회사가 받은 브랜드 수수료가 매출액이나 당기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 브랜드 수수료를 가장 많이 받는 LG(2457억원)의 경우 당기순이익의 72.25%가 브랜드 수수료였다.
하지만 브랜드 수수료 자체는 상표법상 적법한 행위다. 총수일가가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챙겼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수수료의 적정한 수준이 전제로 깔려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을 산정할 수가 없다. 공정위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은 “브랜드의 정상가격 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대신 대기업집단의 브랜드 수수료 수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해 시장과 이해관계자의 자율적인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불로소득 격인 브랜드수수료를 수백∼수천억원씩 받는 기업들은 이를 시장에 공개하는 데는 불성실했다. 브랜드 수수료를 내는 277개 회사 중 67.1%인 186개사는 수수료 금액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브랜드 수수료 금액과 산정방식까지 자세히 공시한 곳은 33개사(11.9%)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한국타이어, 미래에셋 등 4개 집단 소속 7개 회사에 대해 공시 의무 위반 혐의로 2억95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공시 규정을 개정해 브랜드 수수료 수취 현황을 매년 공개하고, 사익편취 혐의가 뚜렷한 행위에 대해서는 제재도 병행할 방침이다.
세종=이성규 기자zhibag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브랜드 수수료 앉아서 버는 대기업… 계열사서 1조 챙겨
입력 2018-01-3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