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 비판 내정간섭 인식
제재 논란 등 복합 요인 작용
실제론 ‘여력 부족’ 해석도
南 선수단 31일 동해 거쳐 방북
남북이 다음 달 4일 열기로 합의했던 금강산 공동 문화행사는 결국 무산됐다.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치적으로 내세우는 마식령스키장 남북 공동훈련만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통일부는 30일 북측의 일방적인 행사 취소에 유감을 표하고 남북 모두 합의사항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앞으로 보냈다.
북한은 29일 밤 금강산 행사 취소를 통보하면서 남측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이와 함께 남북 행사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대북 제재 위반 논란 등이 복합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열병식에 대한 남측 언론의 비판을 내정 간섭으로 인식하고, 여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우리 정부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행사 취소 명분은 대외적인 사유일 뿐 실제로는 북한이 행사를 치를 여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북한으로 반입되는 유류를 차단한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금강산 지역에서 300명 이상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를 한 적이 많지 않다”며 “단기간에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북한이 (우리 측 제안을) 다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준비하는 데 물리적인 부담이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남북은 지난 17일 실무접촉에서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에 합의했고, 23∼25일 우리 측 선발대가 방북해 현장 답사까지 마쳤다. 금강산 행사와 마식령스키장 훈련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밝힌 ‘평화올림픽 구상’ 중 일부다.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우리 선수단을 태운 전세기는 31일 오전 강원도 양양공항을 출발해 동해상을 거쳐 원산 갈마비행장에 착륙, 마식령스키장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선수단과 지원인력, 풀 기자단 등 방북 인원은 40여명이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간 최종적으로 출·입경 절차 등 최종 마무리돼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금강산 공연 끝내 무산… 마식령 훈련은 예정대로
입력 2018-01-30 18:31 수정 2018-01-30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