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수익으로 얻은 비트코인 몰수… 첫 판결

입력 2018-01-30 18:40
픽사베이

법원 “환전 가능… 경제적 가치”
자산으로 가상화폐 인정 주목

법원이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비트코인을 몰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실체가 있는 현물에 한정했던 몰수의 대상을 전자파일 형태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까지 확대한 것은 처음이다.

수원지법 형사항소8부(부장판사 하성원)는 30일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기소된 안모(33)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깨고 범죄수익으로 얻은 191비트코인을 몰수하고 6억9580만원을 추징하라고 판결했다. 징역 1년6개월의 형량은 원심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현금 외에도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재산과 사회 통념상 경제적 가치를 지닌 대상을 모두 포함한다”며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는 없지만 거래소를 통해 환전이 가능하고, 가맹점을 통해 재화나 용역을 살 수 있어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물리적 실체가 없는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검찰의 몰수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부당이득 가운데 안씨의 구속 시점인 지난해 4월 17일 기준 5억여원에 달하는 216비트코인은 안씨가 회원들로부터 사이트 이용료 등으로 받은 것으로 보고 몰수를 구형했다.

안씨는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회원 122만명에게 음란물 23만5000여건을 유포하거나 게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안씨는 유료 회원들에게 상품권이나 비트코인으로 결제해 포인트를 적립하게 한 뒤 회원들이 영상을 다운로드 할 때마다 포인트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