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기 전망 21개월 연속 ‘부정적’

입력 2018-01-30 18:45
국내 매출 상위 600대 기업의 체감경기 전망이 21개월 연속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전후인 1996년 7월부터 99년 1월까지 31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돈 이후 최장 기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2월 전망치가 91.8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이로써 BSI 전망치는 2016년 6월 이후 21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넘지 못했다. 기준선 100을 넘기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많고, 100을 밑돌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한경연은 1월 전망치(96.5)에 비해 2월 전망치가 크게 낮아진 것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본격화, 원화 강세와 유가 상승에 의한 채산성 악화, 내수 부진 우려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탁기, 태양광에서 본격화된 통상 압박이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 다른 업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기업의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1.7% 하락한 데다 국제유가가 60달러를 넘긴 것도 불확실성을 증대시켰다.

체감경기 악화는 한국은행의 1월 BSI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1월 BSI 조사 결과 전체 산업 BSI는 78로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제조업은 77로 전월보다 4포인트 낮아졌다. 기업 규모별로도 차이가 있어 대기업의 BSI는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했지만 중소기업은 8포인트 하락해 2016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또 수출기업이 1포인트 하락한 반면 내수기업은 6포인트 떨어져 차이를 보였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