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돌봄에 강한 여성, 교회 시대적 소명에 더 적합”

입력 2018-01-31 00:01
개혁주의 여성리더십연구소장 강호숙 박사가 29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에서 열린 ‘제1회 웨스트민스터 콘퍼런스’에서 강연하고 있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제공
“외모나 복장, 나이에 대한 성차별적 설교와 남성 목회자의 성적 타락. 이것이 교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기독 여성에게 한국교회가 ‘불친절한 곳’이 되는 주된 이유입니다.”

개혁주의 여성리더십연구소장 강호숙 박사의 지적은 날카롭고 거침없었다. 그는 29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에서 열린 ‘제1회 웨스트민스터 콘퍼런스’에서 남성 위주의 한국교회 현실을 정면 비판했다. 강 박사는 ‘식당봉사는 여성이 해야 한다’ ‘여교역자는 이래서 안 된다’는 등의 교회 내 뿌리 깊은 성역할 분업 관념과 성 비하 발언 등을 지적하면서 여성의 눈으로 본 한국교회 현실을 가감 없이 꺼내 놨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총장 정인찬)가 ‘한국교회의 미래, 여성 리더십에서 길을 찾다’를 주제로 마련한 행사에서 강 박사는 ‘성경적 페미니즘과 여성리더십’을 주제로 강단에 올랐다.

그는 한국교회의 여성 리더십 부재로 발생한 현상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가장 먼저 꼽은 점은 교회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쉽게 무시된다는 것이다. 강 박사는 “여성 리더가 교회 의사결정 구조에 없다 보니 여성의 고민과 목소리가 한국교회 전반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며 “이 같은 구조는 남성 목회자의 성윤리 취약 및 성적 타락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성차별적 설교도 여성 리더십 부재가 빚은 결과물로 소개됐다. 강 박사는 “‘여자는 하나님의 형상이 아니다’는 어거스틴이나 여자를 ‘악마의 출입구’로 표현한 터툴리안 등 초대교회 교부의 여성관대로 설교하는 남성 목회자가 적지 않다”며 “남녀평등 시대에 이전 시대의 시각을 답습하는 것은 성경 해석에 있어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이 같은 현상이 여성과 성윤리에 대한 성경말씀을 잘못 해석한 데 있다고 봤다. 가령 ‘여자는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딤전 2:12)는 말씀은 초대교회 당시 영지주의에 빠진 여성을 경계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므로 앞뒤 맥락을 정확히 보고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에 근거한 남녀관계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녀질서’보다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여성은 교회에서 잠잠하라’보다 여성의 복음전파 사명을 우선하는 게 더 복음에 부합할 것”이라며 “한국교회는 1920년대 전도부인 활약 등 한국교회사에 나타난 여성의 공헌을 인정하고 여성 리더십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의 여성 리더십 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강 박사는 여성 목회자 처우개선 및 신학대학원 내 여성 리더십 관련 교육과정 개설, 교단 내 여성 리더 할당제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여성 목회자는 돌봄과 소통에 강점이 있어 ‘사회적 약자 돕기’ 같은 현대 교회를 향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데 적합하다”며 “이를 잘 살린다면 설교, 기독교 교육, 상담, 교회행정 등 교계 여러 분야에서 리더십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독여성 스스로 말씀에 근거해 정체성과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 과정을 ‘성경적 페미니즘’으로 정의한 그는 “기독여성이 여성을 창조한 하나님의 뜻과 소명을 말씀에서 찾아 ‘복음적 자존감’을 세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여성 리더십은 한국교회 미래를 여는 열쇠이자 길인 만큼 시대의 편견에 안주하지 말고 치열하게 준비하는 기독여성이 되자”고 당부했다.

글=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삽화=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