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제24대 대표회장 선거를 처음부터 다시 치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부장판사 이제정)는 30일 전광훈 청교도영성훈련원장이 제출한 ‘대표회장 선거 실시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30일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실시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다음 달 말로 늦춰졌다.
재판부는 “한기총 정관 규정과 대표회장 선출 경위 및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한기총 소속 교단만이 대표회장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단체 추천을 받았던 전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선거 실시금지 가처분 신청 결정의 핵심 이유는 ‘단체에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모두 있다’는 것이다. 한기총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대표회장 피선거권은 소속 교단의 추천을 받은 자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선거관리규정보다 상위 개념인 한기총 정관에는 ‘회원은 본회 목적에 동의하는 한국 기독교의 교단과 단체로 한다. 회원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 원장은 “이번 판결은 특정 후보를 배제하기 위한 한기총 선관위의 결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교회 선거문화가 새로워졌으면 좋겠다. 대표회장이 돼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류미비 등으로 중도 하차한 엄기호 전 대표회장도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후보로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던 서울 세광중앙교회 김노아씨는 갑작스러운 선거 연기 소식에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김씨 측은 “대표회장 선거 파행은 선관위의 잘못이 크다”면서 “설령 전 원장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가처분 신청이 본안 소송에서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표회장 직무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또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기총 사무실은 ‘법적 다툼의 소지가 사라졌기 때문에 차라리 잘됐다’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법적 분쟁의 가능성이 줄어든 만큼 차분하게 선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기총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제29회 총회를 개최하고 회의록 채택과 사업보고만 했다. 임기가 종료된 엄 전 대표회장은 회무를 진행하며 “소송으로 한기총 업무가 마비될 수 있으니 최대한 법대로 처리하자”고 당부했다.
241명의 총대는 공동회장 중 최고 연장자인 김창수(79) 대한예수교장로회 보수합동 총회장을 임시 대표회장으로 추대하고 정회했다. 한기총은 선관위를 다시 꾸리고 늦어도 2월 말 선거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글=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처음부터 다시 치른다
입력 2018-01-31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