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처음부터 다시 치른다

입력 2018-01-31 00:03
엄기호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이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정기총회에서 ‘대표회장 선거 실시금지 가처분’ 결정을 설명하고 있다. 신현가 인턴기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제24대 대표회장 선거를 처음부터 다시 치르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제51민사부(부장판사 이제정)는 30일 전광훈 청교도영성훈련원장이 제출한 ‘대표회장 선거 실시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고 “30일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를 실시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는 다음 달 말로 늦춰졌다.

재판부는 “한기총 정관 규정과 대표회장 선출 경위 및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한기총 소속 교단만이 대표회장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단체 추천을 받았던 전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선거 실시금지 가처분 신청 결정의 핵심 이유는 ‘단체에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모두 있다’는 것이다. 한기총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대표회장 피선거권은 소속 교단의 추천을 받은 자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선거관리규정보다 상위 개념인 한기총 정관에는 ‘회원은 본회 목적에 동의하는 한국 기독교의 교단과 단체로 한다. 회원은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 원장은 “이번 판결은 특정 후보를 배제하기 위한 한기총 선관위의 결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교회 선거문화가 새로워졌으면 좋겠다. 대표회장이 돼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류미비 등으로 중도 하차한 엄기호 전 대표회장도 출마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후보로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던 서울 세광중앙교회 김노아씨는 갑작스러운 선거 연기 소식에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김씨 측은 “대표회장 선거 파행은 선관위의 잘못이 크다”면서 “설령 전 원장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가처분 신청이 본안 소송에서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에 대표회장 직무정지 등 가처분 신청을 또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기총 사무실은 ‘법적 다툼의 소지가 사라졌기 때문에 차라리 잘됐다’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법적 분쟁의 가능성이 줄어든 만큼 차분하게 선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기총은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제29회 총회를 개최하고 회의록 채택과 사업보고만 했다. 임기가 종료된 엄 전 대표회장은 회무를 진행하며 “소송으로 한기총 업무가 마비될 수 있으니 최대한 법대로 처리하자”고 당부했다.

241명의 총대는 공동회장 중 최고 연장자인 김창수(79) 대한예수교장로회 보수합동 총회장을 임시 대표회장으로 추대하고 정회했다. 한기총은 선관위를 다시 꾸리고 늦어도 2월 말 선거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글=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