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업무계획, 기존정책 나열
작년 내놓은 정책마다 실기
김상곤 부총리 경질론 나와
업무계획 초안에 담겨있던
中 지필평가 폐지 등 빠져
“겁먹어서 전부 빼버린 거죠.”
교육부가 30일 발표한 2018년 업무계획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내부 평가다. 정부 부처들은 매년 초 1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하거나 새로 도입할 정책을 정리해 업무계획이란 이름으로 발표한다. 올해 교육부 발표는 새 정부 첫 연두업무계획답지 않게 지나치게 방어적이었다. 특히 초·중등 분야는 지난해 발표했던 내용을 단순 나열하는 데 그쳤다.
주요 내용을 보면 고교학점제 도입 준비, 자유학기제 확대 발전, 학생부전형 공정성 강화방안 마련, 일반고·외고·국제고·자사고 동시 입시, 대입제도 개편방안 마련 등이다. 지난해 내놨던 정책의 재탕·삼탕이다.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정도가 새로운 내용인데 이마저도 급조된 흔적이 역력하다. 견해차가 크거나 파급력이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을 숙려 대상으로 선정하고 30일에서 6개월 이상 논의할 시간을 두겠다는 구상이다. 대국민 소통을 강화한다는 것인데 어떤 정책을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지 밑그림조차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첫 숙려제 대상 정책은 다음 달에 나올 수도, 3월 이후에 나올 수도 있다”며 “구체적 소통 방법은 준비 중”이라고 얼버무렸다.
이런 ‘맹탕’ 업무계획은 김상곤 교육부의 잇단 정책 실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후 수능 절대평가 전환 논란을 시작으로 내놓는 정책마다 교육 현장에 혼란과 갈등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프로그램을 금지하려다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야권에선 일찌감치 경질론이 제기됐고 여권에서조차 “한 번 더 실수하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 나왔다.
현재 교육부에는 김 부총리를 경기도교육감 시절부터 보좌했던 측근이나 연줄이 있는 인원 다수가 들어와 조직 곳곳에 배치돼 있다. 이들이 민감한 정책 발표를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며 ‘김상곤 지키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교육부 안팎에서 나온다.
실제 업무계획 초안에는 중학교에서 지필평가 폐지를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기말고사 없이 수행평가만으로 내신 성적을 산출하는 방식인데 일부에서 시범 운영되는 정책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고교 입시가 대입의 첫 관문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정책이다. 내부 토론에 참여했던 직원들은 이를 “폭탄”이라 불렀다. 교원들에게 민감한 교원평가제 폐지를 검토하는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필평가 폐지 검토’와 마찬가지로 업무계획에선 빠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민감한 정책은 ‘스톱’… 몸사리는 교육부
입력 2018-01-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