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南서 뭔가 확실히 보여주고 싶어 했다”

입력 2018-01-30 20:26 수정 2018-01-30 20:52
정치용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코리안심포니 정치용 예술감독 회견
대규모 공연장·최상급 시설 요구
금강산 문화행사 취소 안타까워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장이 북한 예술단 공연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서 “남측에서 확실히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며 대규모 공연장과 최상급 시설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실무접촉 대표단에 포함됐던 정치용(61)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취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5일 실무접촉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현 단장은 우리 측이 900석 규모의 강릉아트센터를 공연 장소로 제의했을 때 “수백 석 가지고 뭘 하나. 남측에서 확실히 뭔가를 보여줄 만한 공간이 더 없겠느냐”며 부정적으로 답했다고 정 감독은 말했다.

현 단장은 객석뿐만 아니라 무대도 큰 곳을 원했다. 정 감독은 “북측에서 원하는 무대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줬는데 예상보다 훨씬 컸다. 오케스트라 80명 정도가 뒤편에서 연주하고 앞쪽에서 50∼60명이 노래나 춤을 하는 형식이었다”며 “(북측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성격이 잘 맞지 않겠다고 해 앞쪽 폭이 넓은 무대를 갖춘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으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측에서 강릉에서는 강릉아트센터가 좋은 시스템을 갖췄다고 권했고 나중에는 북측도 호의적으로 받아들였다. 서울에서는 북측이 (공연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을 원해 공연장 대신 국립극장이나 체육관 등이 논의됐다”고 공연장 선별 과정을 전했다. 이들이 원한 마이크나 스피커 등도 최상급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오케스트라 합동 연주 등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 달 4일로 예정됐던 금강산 남북합동 문화행사를 북한이 취소한 것과 관련해 아쉬움을 표했다. 정 감독은 “북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이 ‘이번 기회를 통해 남북 예술 교류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는 취지로 얘기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그런데 어제 일을 보니 별로 희망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달 임기를 시작한 그는 “지휘를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해 온 부분은 한국적인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연주하는 것”이라며 “한국적 냄새가 잘 풍기면서도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발굴해 우리 음악계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상주작곡가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다. 코리안심포니는 지난달 ‘올해의 상주작곡가’로 한국계 미국인 작곡가 이수연을 선정했다. 정 감독은 다음 달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취임 기념 음악회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을 지휘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단체이자 예술의전당 상주단체인 코리안심포니는 연 100회 이상의 공연을 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